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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oto

교토 수제 맥주집 추천: Kyoto Beer Lab(교토 비어 랩) 방문기

교토를 걷다 보면 도시 전체가 한 편의 영화 같다. 고풍스러운 전통 가옥과 현대적인 감성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도시. 그런 교토에서 이틀째 밤 하루를 조용하게 마무리하기 좋은 곳이 바로 교토 수제 맥줏집 Kyoto Beer Lab(교토 비어 랩)이다. 고세가와 강변에 자리한 이 작은 브루펍은 교토의 분위기를 담은 수제 맥주로 유명한 곳이다.

조명이 밝혀진 교토 비어 랩 전면, 칠판으로 만든 입간판이 보인다.
교토 비어 랩 전면


 

교토 두 번째 날은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아라시야마 치쿠린에서 니시키 시장으로 또 하나미코지 거리까지... 피로가 누적되고 있었다. 피로가 누적된 하루의 끝 편안히 앉아 마시는 시원한 맥주가 그리웠다. 그러나 Kyoto Beer Lab은 예상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나를 맞이했다.

 

 

고세가와 강변 골목 속 Kyoto Beer Lab

Kyoto Beer Lab은 시치조역에서 도보 5분, 교토역에서도 도보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하지만 대로변이 아닌 강변 골목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게다가 밤 9시쯤의 강변은 어두웠다. 게다가 가로등마저 드문드문한 골목이어서 교토의 조용하고 어두운 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다행히 가정집 앞 센서등이 하나둘 켜지며 길을 밝혀주었다.

 

 

스탠딩 바, 의자가 없는 맥줏집

멀리 문이 보이고 그 입구는 좁다. 선반에 다양한 굿즈들이 놓여있다.
굿즈들

 

도착해서 보니 건물은 전통의 목조건물은 아니지만 꽤 건물을 인테리어 한 듯했다. 내부를 살펴보니 현대적이고 힙한 공간이었다. 아늑하고 따뜻한 조명과 노출된 벽돌 벽면 그리고 칠판 그림 메뉴판 등이 이곳을 힙하게 만들었다.

입구 왼쪽편 그림으로 그린 메뉴판들이 이곳을 힙하게 만든다.
벽면 그림 메뉴판

 

참 마음에 드는 공간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내부에는 앉을 의자가 없었다. 오로지 스탠딩 테이블만 존재. 하루 종일 걷고 지친 상태라 잠시 고민했지만 이 분위기를 놓치기엔 아까워 그냥 맥주를 마시기로 결정했다.

직원이 작업하는 곳 내부 냉장고에 붙은 메뉴판과 스티커들도 눈에 띈다.
작업대 측면

 

직원 추천으로 고른 두 잔의 맥주

Kyoto Beer Lab의 메뉴판은 맥주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었다. 각 맥주에 사용된 몰트, 홉 그리고 이스트가 적혀 있었다 어느 하나 대충 만든 맥주는 없어 보였다. 종류도 꽤 다양해 무엇을 골라야 할지 막막했다. 모를 땐 물어보는 게 상책. 직원에게 추천을 부탁해 두 잔을 골랐다.

주문한 맥주와 메뉴판. 메뉴판에는 작은 글씨로 맥주를 설명해놓았다.
주문한 맥주와 메뉴판

 

하나는 홉의 쌉쌀한 풍미가 인상적인 IPA. 과일향이 강하고 마시자마자 입안에서 터지는 느낌이 강했다. 또 하나는 스모키 하면서도 묵직한 다크 맥주. 진한 커피의 여운과 스모크향이 어우러져 추운 밤과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이 두 잔은 모두 탭에서 바로 따라주는 생맥주의 신선함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줬다.

 

 

현지와 외국인이 함께 어우러진 공간

이날도 몇 명의 일본 손님 외에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않아도 직원들이 영어로 친절히 응대해 주고 추천도 잘해주니 언어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었다. 이곳은 여행자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열린 공간이었다. 스탠딩 바의 특성상 서로 쉽게 말을 걸 수 있는 분위기도 긍정적인 요소 중 하나다.

 

 

Kyoto Beer Lab의 시그니처, CHABEER 시리즈

맥주 외에도 우지차를 사용한 CHABEER Green과 CHABEER Black 시리즈도 유명하단다. 녹차 향이 부드럽게 퍼지는 CHABEER Green은 일본 차 특유의 향긋함과 맥주의 쌉쌀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교토다운 맥주라는 평을 자주 받는다고. 또 CHABEER Black은 후추차 블렌드로 만든 다크 비어로 깊은 로스팅 맛을 원하는 이들에게 제격이라고 하니 참조하자.

 

 

서서 마시는 맥주의 여운

단점이라면 앉을자리가 없다는 점 그리고 공간이 협소해 붐비는 시간에는 여유롭게 즐기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이다. 늦은 시간 도착한 탓에 빈자리가 많았지만 피크타임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 스탠딩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여유로운 저녁 시간이나 밤늦게 방문한다면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혼술 또는 친구들과의 짧은 대화에 더없이 어울리는 공간이다.

벽면 노란 액자가 눈에 띈다. 서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
서서 마시는 맥주

 

이곳에서 한 잔씩밖에 마시지 못해 다음에 소개할 야키토리 토리키조쿠 교토 시치조 점으로 이동해 교토 이튿날을 마무리했다.


비록 오랜 시간 머무르지는 못했지만, Kyoto Beer Lab의 진정성 있는 분위기와 독창성이 인상 깊었다. 앉아서 마시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조차도 이곳의 개성이자 추억이 되었다. 수제 맥주를 좋아한다면 교토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장소. 다만, 스탠딩 테이블밖에 없는 것은 알고 가자. 나처럼 당황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