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yoto

교토 하나미코지 거리(Hanamikoji Street)와 쥬니다냐 하나미코지텐(十二段家 花見小路店)

이번 포스팅에서는 교토 여행 중 가장 일본다운 정취를 느낄 수 있었던 하나미코지 거리(花見小路通, Hanamikoji Street)와 그 거리 한가운데에 위치한 전통 샤부샤부 전문점 쥬니다냐 하나미코지텐(十二段家 花見小路店) 방문 후기를 정리해 본다. 걷는 것만으로도 교토를 느낄 수 있는 거리와 직접 먹어본 와규 구이의 여운까지 생생하게 풀어볼게.

테이블 위에 도시락 정식이 있다. 도시락에는 흑와규 덮밥이 보인다.
쥬니다냐 하니미코지텐에서 먹은 흑와규 덮밥

 


교토 기온의 심장 - 하나미코지 거리

하나미코지 거리(花見小路通, Hanamikoji Street)는 교토에서 전통적인 일본 문화를 마주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다. 한자로는 花見小路通라 쓰고 꽃을 보는 작은 길이라는 뜻이다. 이름부터 꽤나 낭만이 묻어나는 이 거리는 교토의 가장 대표적인 전통 거리로 손꼽힌다.

 

시내버스를 타고 기온 정류장에 내렸다. 오후 5시 반쯤 가모강을 건너 5분쯤 걸으니 히나미코지 거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시조도리에서 시작해 남쪽 겐닌지(建仁寺) 사찰까지 이어지는 이 자갈길은 약 360m 남짓. 길을 따라 늘어선 전통 목조건물들과 붉은 격자무늬 창살 그리고 고즈넉한 목재 간판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여긴 그야말로 교토의 과거와 현재가 나란히 걷고 있는 거리다.

목조로 만들어진 하나미코지 거리의 건물들
하나미코지 거리의 건물들

 

그런데 기대했던 관광객으로 붐비는 거리는 아니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방문한 날은 조용하고 차분했다. 과거 에도 시대부터 이어져 온 료테이(전통 고급 식당)와 찻집이 줄지어 있는 전통 거리로 운이 좋으면 마이코(게이샤 수습생)나 게이샤를 마주칠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갔던 날에는 그런 행운은 없었다. 오후 5시~6시가 마이코의 이동 시간대라지만 그날은 어쩐지 조용했다. 그래도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한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2층의 목조 건물들이 일렬로 늘어져 있다.
오래된 목조 건물들

 

 

쥬니다냐 하나미코지텐 - 와규 구이와 덮밥

거리를 다 돌고 나니 슬슬 배가 고파진다. 시계는 6시 반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몇몇 식당들은 아직 오픈 전이더라. 일반 음식점은 아닌 듯했다.

 

그러다가 찾은 곳이 바로 쥬니다냐 하나미코지텐이다. 나중에 보니 이곳은 교토 전통 음식점 중에서도 꽤 오랜 역사와 명성을 가진 가게란다. 샤부샤부의 발상지라는 수식어를 들고 있는 쥬니다냐는 교토에 세 곳의 지점이 있고 하나미코지 지점은 본점 못지않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대기명단에 이름을 적고 잠시 기다린 뒤 입장했다. 실내는 전통적인 일본 건축미가 가득했다. 목재 기둥과 미닫이 문, 낮은 조도 조명까지. 테이블 좌석이지만 분위기는 전통 료테이에 온 듯했다. 정돈된 실내와 깔끔한 테이블 세팅이 인상적이었다.

목조 기둥과 아이보리 벽이 조화된 일본식 내부
일본이 느껴지는 내부

 

원래는 샤부샤부 정식으로 유명한 집이지만 이날 우리는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 와규 BBQ 세트와 흑와규 덮밥 그리고 하이볼을 곁들였다.

샤부뱌부외에도 구이류들이 있는 메뉴판
메뉴판

 

입에서 녹는 와규의 맛

와규 BBQ 세트는 소고기가 얇게 썰려 나왔다. 구워서 입에 넣자마자 스르륵 녹는 그 맛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방과 살코기의 밸런스가 절묘하고 와사비 간장 소스와의 궁합도 좋았다.

작은 화로에 와규를 올려 굽고 있는 모습
와규 BBQ 세트

 

흑와규 덮밥은 말 그대로 일본식 고기의 정수를 보여주는 메뉴였다. 윤기 도는 밥 위에 고기와 소스가 어우러져 감칠맛이 살아났다.

하이볼은 생각보다 묵직했다. 가벼운 칵테일이 아니라 적당한 바디감이 있어 고기와 함께 즐기기에 딱 좋은 조합. 한 끼로는 꽤 고급스러운 구성이지만, 분위기와 맛을 생각하면 납득 가능한 가격대였다.

흑와규가 올라간 도시락. 간단한 밑반찬과 소스가 같이 보인다.
흑와규 덮밥

 

식사를 마치고 다시 걷는 밤의 하나미코지

저녁을 마치고 나서 거리로 나서니 어느덧 밤이 되어 있었다. 식당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빛, 낮에는 보이지 않던 전등과 간판이 거리를 색다르게 바꾸어 놓았다. 낮과 밤,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가게마다 단출하게 달려 있는 등불이 거리 전체를 고요하게 비춘다. 기온 거리는 저녁이 되어야 진짜 교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두워진 하나미코지 거리. 등과 건물내 조명으로 낮과 다른 느낌이 난다.
어두워진 하나미코지 거리

 

교토에서 꼭 한 번은 걸어봐야 할 거리

하나미코지 거리는 짧은 거리지만 교토의 과거와 현재, 일상과 여행이 동시에 흐르는 곳이다. 이 거리에서 운 좋으면 마이코를 만날 수도 있다. 그리고 정갈한 식사를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이 모든 경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공간 중 하나가 바로 쥬니다냐 같은 전통 음식점이다. 격식 있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은 다소 있지만 퀄리티에 비해선 충분히 합리적인 구성. 무엇보다 분위기 있는 저녁 식사를 원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선택지다.

 

교토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꼭 하루쯤은 저녁 무렵의 하나미코지를 걸어보길 권한다. 조용한 골목, 격식 있는 식당 그리고 도시의 전통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