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 여섯 번째 글은 맛집이다. 이른바 멜버른 도심(CBD) 맛집 코스. 하루 종일 먹는 일정이다. 늦게 일어난 뒤 브런치, 도넛, 스테이크 그리고 맥주까지 하루가 기승전’맛’으로 이어진다. 걷는 거리는 짧고 맛은 길게 남는다. 여행 중 하루쯤은 입이 기억하는 날이 돼도 괜찮지 않을까? 그럼, 지금부터 출발하자.
비주얼 끝판왕: Higher Ground
◎ 주소: 650 Little Bourke St, Melbourne VIC 3000
멜버른 브런치를 이야기할 때 빠지면 섭서한 곳 Higher Ground. 아침 일찍 일어나 방문하려 했으나 늦잠을 자는 바람에 이곳에서 브런치는 못 먹겠다 싶었다. 하지만 도착해보니 대기줄은 길지 않았다. 대기자 명단에 등록 한 뒤 얼마 있지 않아 우리를 불렀다.
안은 생각보다 더 넓었다. 천장이 높아 그런 듯하다. 직원이 자리를 안내한 뒤 메뉴판을 주었다. 아내는 리코타 핫케익 나는 칠리 스크램블드 에그를 주문했다.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비주얼이 정말 대단하다. 특히 아내가 주문한 리코타 핫케익은 핫케익 위에 구운 복숭아 그 위에 리코타 치즈, 식용꽃, 해바라기씨, 블루베리가 올려져 있었다. 비주얼로 게임 끝. 먹지 않아도 맛있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핫케익의 식감은 예상과 달랐다. 한국에서 먹던 핫케익이 아니었다. 두툼하고 퍼석했다. 음 한국인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 식감.
칠리 스크램블드 에그는 매운맛이 약간 있는 스크램블. 역시나 계란 아래 있는 빵이 푸석거려 별로였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도 빵을 먹어보니 한국에서 많이 먹던 빵의 식감과는 달랐다. 우리나라에서는 빵이 촉촉해야 맛있다고 하는데 이곳에서는 아닌 것 같았다.
음료는 커피가 아닌 차를 주문했다. 하루에도 몇 잔씩 커피를 마시다 보니 잠깐은 쉬고 싶었기 때문. 차는 티백이 아닌 말린 찻잎으로 우려낸 차였다. 맛은 그냥 차였다.
☞ TIP: 주말엔 웨이팅이 있으니 10시 반 이전 도착 추천. 너무 이르게 가면 입맛이 아직 덜 깼을 수도 있다.
브런치 먹고 디저트: American Doughnut Kitchen
◎ 주소: E Shed, Queen Victoria Market, QVM 59/60 Peel St
브런치 먹고 바로 점심 먹긴 배부르고 약간 배를 채울 간식이 딱이다. 마침 퀸빅토리아 마켓. 이곳에서 줄 서 먹는 곳 중 하나가 도넛 트럭 American Doughnut Kitchen. 줄이 긴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주문하면 트럭 안에서 방금 튀긴 도넛을 건네준다. 겉은 설탕으로 반짝이고 안에는 딸기잼이 가득하다. 한 입 잘못 베어 물면 딸기잼이 튀어나와 옷을 버리기 십상이다. 얼마나 잼을 많이 넣어준 거냐.
호주 하면 스테이크: Steakhouse Grill 66
◎ 주소: 199 William St, Melbourne VIC 3000
호주에서 가장 실패한 곳이 있다면 스테이크 집. 아점으로 브런치 먹고 도넛 먹은 게 다다 보니 저녁은 거하게 먹고 싶다. 분위기도 좀 있어야 하고 맛도 확실해야 한다. 여러 스테이크 집 중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찾아갔다. 그곳이 바로 Steakhouse Grill 66.
티본스테이크와 꽃등심을 주문했다. 소스는 머시룸 소스. 굽기 정도와 소스와의 어울림은 좋았다. 아쉬운 건 스테이크 두께. 적어도 3 ~ 4cm 되는 스테이크를 생각했지만 1.5cm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뭔가 풍족히 먹은 느낌이 아니다. 하지만 배가 고팠는지 맛있게 먹었다. 스테이크 이야기는 시드니와 합쳐 다시 한번 다루려 한다.
마무리는 맥주지: El Quiote
◎ 주소: 75 Hardware Ln, Melbourne VIC 3000
고기로 배를 채우고 나니 피곤이 사라졌다. 재즈 라이브 공연을 하는 바를 찾아갔다. 하지만 매진. 호텔로 돌아갈까 하던 찰나 조명으로 반짝거리는 거리를 보게 됐다. 식당들이 야외에 테이블과 의자를 내놓고 손님을 받고 있었다. 밖에서 식사할 손님들을 위한 조명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골목 중간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El Quiote. 스페인식 타파스 바인데 고기를 먹고 온터라 맥주와 나초만 시켰다.
맥주를 한 모금 마시니 앞 가게에서 작은 공연이 시작됐다. 한 명은 싱어 한 명은 기타. 고음은 힘들어하셨 무대 매너가 굉장히 좋다. 맥주를 마시며 보는 공짜 공연. 비록 재즈 라이브는 듣지 못했지만 다른 음악으로 귀를 호강시켰으니 괜찮다.
길거리의 조명, 음악 그리고 맥주가 '나 지금 여행 중이야'를 상기시켜 준다.
☞ TIP: 야외 좌석은 선점이 생명. 일찍 가거나 조금 늦게 가야 한다.
하루 맛집 동선 요약
▶ 브런치 (오전 늦게): Higher Ground
▶ 오후 간식: American Doughnut Kitchen (퀸빅토리아 마켓)
▶ 저녁 식사: Steakhouse Grill 66
▶ 야간 맥주: El Quiote (Hardware Lane)
지금까지 멜버른 도심(CBD) 맛집 코스를 돌아봤다. 모든 장소는 멜버른 CBD 안. 걷거나 무료 트램만 타면 모두 이동 가능하다. 하루 종일 이동해도 10,000 보면 충분. 지금까지 멜버른 도심(CBD) 맛집 코스를 돌아봤다. 브런치로 하루를 시작하고 달콤한 도넛에 미각을 잠시 깨우고 저녁을 스테이크로 묵직하게 마무리한 다음 맥주 한 잔으로 마무리했다. 이보다 완벽한 하루 루트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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