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 도시 여행 4탄. 이번엔 발걸음을 느리게 하는 감성 여행 코스다. 예술과 감성의 멜버른 CBD(도심) 여행 하루 코스를 소개한다. 우선 호텔에서 가장 먼 내셔널 갤러리 오브 빅토리아(NGV)에서 야라강(사우스뱅크 프로메나드), 플린더스 스트릿 역사, ACMI전시장, 페더레이션 광장, 세인트 폴 대성당, 호시어 레인(그라비티 골목), 유럽을 맛볼 수 있는 로열 아케이드 쇼핑센터 마지막으로 차이나타운까지. 전부 걷는 거리다. 전부 내 템포로 여행 가능한 곳.
고전과 현대가 마주하는 공간: National Gallery of Victoria (NGV)
첫걸음은 멜버른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관, NGV(National Gallery of Victoria). 숙소 Dorseet에서 가장 멀다. 트램을 타면 30분 남짓. 여기서부터 도보 여행이다.
이곳은 고전과 현대미술이 공존하는 곳이다. 유럽 회화부터 아시아 도자기, 원주민 예술, 현대 설치작품까지 컬렉션이 다양하고 방대하다. 관람 동선이 자연스럽게 구성돼 있어 그냥 걷기만 해도 미술의 시간 안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다.
유리 폭포가 흐르는 입구가 인상적이다. 실내는 조용하고 차분하다. 무엇보다 무료 전시가 많아 부담 없이 들르기 좋다. 전시를 다 보고 나면 1층 카페에서 커피 한 잔도 가능하고 기념품숍엔 감각적인 디자인 굿즈가 가득하다.
☞ 팁: 클래식과 현대가 나란히 걷는 공간. 쉬엄쉬엄 미술을 느끼고 싶을 때, 딱 좋다. 10시 오픈이니 염두에 두자.
강변 따라 걷는 여유: Southbank Promenade
미술관 관람을 마쳤다면 야라강변으로. 이름은 사우스뱅크 프롬나드. 이곳에서 바라보는 멜버른의 스카이라인은 꽤 멋지다. 강변을 걷는 동안 카누(?)를 타는 사람들이 보였다. 일상을 멋지게 보내는구나 싶다.
사람은 많지만 시끄럽지 않고, 도시 한복판이지만 평화롭다. 해 질 무렵 이곳을 걷는 게 좋다고 되어 있지만 오늘은 반대로 한 낮이다. 겨울이라 가능한 일정. 이곳 강이 보이는 곳에서 점심을 간단히 해도 좋을 듯하다.
☞ 팁: 석양 시간에 맞춰 방문하면 하늘이 선물처럼 바뀐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가장 밝을 때 이곳을 봤다. 낮의 도심 강변도 도 꽤 괜찮다.
시간이 머무는 기차역: Flinders Street Station
📍페더레이션 스퀘어 맞은편
야라강을 건너면 만나는 곳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 여기서부터가 실질적인 멜버른 CBD. 노란 외벽, 초록 돔, 클래식한 시계탑. 이미 수많은 그림엽서와 영화에 등장한 멜버른의 상징이다.
1909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의 시작과 끝을 지켜본 기차역. 내부도 클래식한 매력이 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여유 있다면 들어가서 천장을 한번 올려다보자. 잠시 멜버른의 과거 속에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든다.
☞ 팁: 기차를 안 타더라도 내부 둘러보길. 복고와 낭만이 있다.
움직이는 이미지를 만나는 시간: ACMI (영상 박물관)
📍Federation Square 내
멜버른에서 가장 독특한 전시 공간을 꼽으라면 단연 ACMI다. 영화, 애니메이션, 디지털 게임, 인터랙티브 미디어 DL 모두를 품고 있는 공간. 정적인 미술관과는 다른 결이다.
영상 발전을 시대순으로 볼 수 있고 중간중간 몸으로 해보는 공간도 있다. 아이와 함께 노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체험형 전시란 이런 거다. 단순히 보는 게 아닌 직접 참여하는 전시. 전시장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길어진다.
☞ 팁: 상설 전시는 무료. 특별 전시는 유료. 기념품샵과 작지만 작은 카페도 있다.
도시와 예술이 교차하는 광장: Federation Square
📍Flinders St와 Swanston St 교차점
ACMI를 나서면 그대로 이어지는 곳이 페더레이션 스퀘어. 광장인데 뭔가 꽉 막힌 느낌이 없다. 주변에 건물이 둘러싸여 있어도 햇살이 잘 들고 사람들 표정이 편안하다. 광장 한쪽에선 누군가 기타를 치며 버스킹을 하고 누군가는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또 누군가는 그저 햇볕을 받으며 앉아 있다. 이곳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시간이 없다면 그저 지나쳐도 된다.
☞ 팁: 낮에는 광장에서 여유를, 밤에는 미디어 파사드 조명 구경을.
도심 속 경건함: St Paul’s Cathedral
📍Hosier Lane 바로 맞은편, 200 Flinders St
골목을 나와 건너편을 보면 완전히 분위기가 다른 건축물이 있다. 고딕 양식의 세인트 폴 대성당. 시끄러운 도심 중앙에서 이런 고요한 건물이 버티고 있는 게 묘하다.
안으로 들어가면 스테인드글라스와 대리석 나무 기둥이 어우러진 비교적 웅장한 공간이 펼쳐진다. 누구 하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그냥 앉아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도 좋은 곳. 조용히 앉아 있다 보면 도심의 소음이 사라진다.
천주교 신자인 아내는 기도를 하고 기부도 했다.
☞ 팁: 입장 무료. 기부는 자율. 조용한 내면 산책을 원한다면 무조건 들러야 할 곳.
골목에서 피어나는 예술: Hosier Lane
📍Flinders Street와 Swanston Street 교차점 근처
경건한 다음은…? 멜버른의 대표적인 스트리트 아트 골목 호시어 레인(Hosier Lane)이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라는 드라마로 유명해진 곳이다. 좁고 짧은 이 골목엔 정해진 규칙도 입장료도 없다. 벽면 그라피티들이 덧칠되고 또 덧칠되며 살아 움직인다. 고백도 있고 풍자도 있고 정치적 메시지도 있다. 뭐 그냥 낙서 같은 시도 있다.
낮엔 관광객으로 북적이지만 아침 9시 이전의 호시어레인은 다른 느낌이라는데 나는 낮에 갔다. 사람마다 자기 스케줄대로 움직이는 게 가장 좋으니 말이다. 여긴 지금도 계속 그려지고 있는 살아 있는 전시장 같다.
☞ 팁: 아침 9시 이전 도착 추천한다고. 햇살 + 인물 사진 = 인생샷.
시간이 머무는 아케이드: Royal Arcade
📍335 Bourke Street Mall
멜버른 도심 한복판에 있는 로열 아케이드. 1870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멜버른에서 가장 오래된 쇼핑 아케이드다. 유럽풍 아치 구조와 유리 천장 그리고 흰 타일 바닥이 어우러진 복고적인 공간.
카페, 초콜릿 가게, 보석상, 수제 양복점 같은 소규모 숍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는데 굳이 쇼핑을 하지 않아도 된다. 분위기만으로 걷는 재미가 있다. 아케이드 중앙에 있는 ‘Gog and Magog’ 시계 조형물은 꼭 봐야 할 명물 중 하나. 매 정각마다 종을 울리는 조형물이 시간의 흐름을 알려준단다.
도심의 시끄러움에서 갑자기 클래식한 음악이 흐르는 느낌이랄까. 사진도 잘 나오고 앤틱 한 느낌 덕분에 잠깐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 든다.
☞ 팁: 유럽풍 감성이 가득한 산책 쉼표. 그냥 스쳐 지나가기엔 아쉬운 곳.
도심 속 작은 여행: 멜버른 차이나타운
📍Little Bourke Street 일대
멜버른 중심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빨간 등이 머리 위로 이어진다. 누구나 알아챌 수 있다. 여기가 멜버른 차이나타운이란 걸.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차이나타운이자 지금도 여전히 살아있는 공간이다.
작은 골목처럼 시작되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전통 중국풍 간판들 노포 - 딤섬 식당, 한약방과 차 전문점 -들이 딴 세상을 만들고 있다. 여유롭게 걷다 보면 차이나타운 특유의 향과 간판들을 즐길 수 있다.
저녁 시간엔 불빛이 은근히 감성적이라 걷다 마음에 드는 노포에서 저녁 한 끼. 물론 낮에도 딤섬이나 국수를 간단히 먹기 좋다.
☞ 팁: 걷는 속도가 느려지는 거리. 입맛도 눈도 잠시 여행을 떠나는 공간.
멜버른 CBD 코스 요약
출발: National Gallery of Victoria (NGV)
→ 스냅 (점심): Southbank Promenade
→ 도심 스냅: Flinders Street Station
→ 예술 감상: ACMI
→ 휴식: Federation Square
→ 경건의 시간: St Paul’s Cathedral
→ 도심 스냅: Hosier Lane → Royal Arcade
→ 마무리(저녁): 멜버른 차이나 타운 Southbank Promenade
멜버른 CBD에는 오늘 정리한 코스에 없지만 가볼 만한 곳이 많다. 골목골목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으니 코스에 얽매이지 말자.
예술과 감성의 멜버른 CBD(도심) 여행은 멜버른이라는 도시 감도를 가장 잘 보여준 여정이었다. 내셔널 빅토리아 갤러리부터 시작해 예술을 만난 뒤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다시 전시장을 지나 광장에서 숨을 고르고 호시어 레인과 로열 아케이드를 만나면 도심 속 또 다른 세상을 보게 된다. 마지막엔 차이나타운에서 이색적인 음식을 만날 수 있다. 하나하나도가 멋있었지만 전부 이어졌기 때문에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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