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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bourne

멜버른 3대 커피: Market Lane Coffee, Dukes Coffee Roasters, Brother Baba Budan

멜버른 도시 여행 3탄이다. 공항에서 우버 타고 도심 호텔에 짐 풀고 myki 카드 하나로 트램을 타고 골목을 누볐다면 이젠 멜버른이 사랑하는 '커피'에 대해 이야기해 볼 차례다. 관광지도 쇼핑도 잠시 잊고 진짜 멜버른을 만나고 싶다면? 바로 커피 한 잔을 즐길 카페를 찾아가면 된다. 멜버른 3대 커피(Market Lane Coffee, Dukes Coffee Roasters, Brother Baba Budan)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멜버른 3대 커피: Market Lane Coffee, Dukes Coffee Roasters, Brother Baba Budan
브라더 바바 부단에서 마신 커피

 


멜버른에서 커피란?

멜버른에서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여기선 커피는 하나의 문화다. 19세기 후반 금주 운동의 영향으로 술 대신 마실 무언가가 필요했던 시대. 멜버른은 커피로 그 빈자리를 채웠다. 이후 이탈리아와 그리스 이민자들이 본격적으로 에스프레소 문화를 가지고 왔다. 그렇게 이 도시는 세계에서 가장 세련된 커피 도시 중 하나로 진화했다.

 

현재 멜버른 바리스타들은 장인으로 여겨질 만큼 숙련된 사람들이다. 싱글 오리진 원두에 대한 이해나 테이스팅 노트 그리고 추출 온도까지 신경 쓴다.

 

아참, 이번 멜버른과 시드니 카페를 다니면서 알게 된 게 있다. 필터 커피 메뉴의 대부분이 배치브루. 사람 손으로 내리는 일명 핸드 드립 메뉴가 있는 곳이 드물었다. 유명 카페일수록 손님은 많고 정해진 시간 내 이 손님들을 모두 응대하기 위한 방법인 듯. 우리나라도 필터커피 메인 메뉴로 배치브루를 취급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게 대세가 되지 않을까? 

 

멜버른 3대 커피

한국인들이 손꼽는 멜버른 3대 커피를 완주해 봤다. 사실 멜버른 커피는 상향 평준화 되어있다. 어딜 가나 평균 이상의 커피를 마실 수 있다. 길을 지나가다 사람이 많은 곳에 들어가면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만날 수 있다. 단지, 그래도 우리 입맛에 맞을 확률이 높은 커피를 찾는다면 마켓 레인(Market Lane), 듁스(Dukes), 브라더 바바 부단(Brother Baba Budan)을 가보자.

 

Market Lane Coffee

멜버른 3대 커피: Market Lane Coffee_전면
마켓 레인 커피 전면

 

처음 찾은 곳은 퀸 빅토리아 마켓 안에 있는 마켓 레인 커피. 붉은 벽돌 외관을 지나 문 안으로 들어서면 흰 벽과 원목 인테리어 그리고 커피 향이 가득한 공간을 만나게 된다. 이곳은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좋은 커피는 사람을 연결한다'는 신념을 고스란히 구현해 낸 공간이다.

멜버른 3대 커피: Market Lane_브루잉
브루잉하는 모습

 

여기서 주력하는 건 브루잉 커피. 이곳은 배치브루가 아니라 사람이 직접 추출하는 브루잉 커피를 제공한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케냐, 브라질, 과테말라, 콜롬비아까지 총 4종의 원두가 준비되어 있었다. 바리스타는 나와 아내의 취향을 듣고 산미 강한 케냐와 고소한 브라질 원두를 추천해 줬다.

 

케냐 원두는 한 모금 마시자마자 입안에서 퍼지는 산뜻함과 이어지는 단맛이 브라질 원두는 마카다미아를 씹는 듯한 고소함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커피 농도는 꽤나 진했다. 진하지만 쓰지 않는 커피. 어떻게 추출했는지 꽤나 궁금한 곳. 아참 평소 연한 커피를 마신다면 타격감이 너무 클지도 모르겠다.

 

☞ 한줄평: 철학이 있는 커피. 바리스타의 손끝에 진심이 묻어 있다.

 

Dukes Coffee Roasters

멜버른 3대 커피: Dukes Coffee Roasters_듁스
듁스 커피 로스터스 전면

 

지도 없이 걸어가다간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입구. 듁스 커피는 마치 50년대 유럽의 커피 하우스처럼 목재 인테리어와 황동 조명 그리고 차분한 음악으로 가득한 공간이다. 커피만을 위한 무대처럼 정돈된 이곳은 사진보다 실제가 훨씬 더 매력적이다. 공정무역 원두를 직접 로스팅하고 지역 커뮤니티와 연결된 윤리적 커피 공급망을 운영 중이다.

멜버른 3대 커피: Dukes Coffee Roasters_듁스_내부
분주한 바리스타

 

이 날 마신 건 과테말라 필터 커피와 아이스 라테. 필터 커피는 워시드 방식 특유의 클린컵이 인상적이었다. 아이스 라테는 우유에 묻히지 않고 에스프레소가 살아있었다. 미묘한 산미와 고소함의 균형이 완벽했다. 커피 농도는 마켓 레인 커피보다 연해 마시기 적당하다. 그래도 농도감은 꽤나 있다. 멜버른 3대 커피 중 아내에게는 최하점 내게는 최고점인 곳.

 

☞ 한줄평: 세련됨과 진정성, 그 사이에 커피가 있다.

 

Brother Baba Budan

세 번째는 전설이 깃든 이름을 가진 브라더 바바 부단. 커피 생두를 인도로 몰래 들여와 커피 문화를 전파한 실존 인물 바바 부단의 이름을 딴 곳이다. 지금은 'Seven Seeds'라는 유명 로스터리의 직영 카페로 공간은 작지만 존재감은 크다. 아참 세븐 시즈도 바바 부단이 몰래 들여온 커피 생두 7알을 뜻한다.

멜버른 3대 커피: Brother Bana Budan_천정
브라더 바바 부단의 천정

 

천장에 매달린 나무 의자가 가장 눈에 띈다. 좁지만 확실하게 자기를 드러내는 공간이다. 커피 메뉴는 블랙, 화이트, 필터, 아이스, 마차(유일한 Non Coffee)로 간단하다. 아참 필터 커피는 배치브루와 싱글 오리진 두 가지 메뉴로 구성되어 있다. 추출 장면을 보지 못했는데 서빙 속도를 보아 싱글 오리진도 배치브루인 듯하다. (배치브루 메뉴는 블렌드 원두인 듯).

 

이 날 선택한 건 배치브루와 아이스 롱블랙. 브루는 과테말라 느낌이 나는 향미와 산미가 조화로웠고 롱블랙은 쌉쌀한 농도가 완벽하게 집중력을 깨우는 맛이었다. 이곳 커피 역시 쓴 맛이 하나도 없다. 후미까지 깔끔하다. 어떻게 이렇게 내리지 궁금하다. 아내와 나 모두 만족한 커피였다.

 

☞ 한줄평: 스토리, 공간, 커피 이 모두 꽉 찬 작은 우주.

 

멜버른 카페 이용 팁

◎ 일찍 시작하자: 대부분 카페가 7시에 오픈. 오후 3~4시면 문을 닫는다.

혼잡 시간 피하기: 오전 9시~11시, 점심 직후는 피하자. 

테이크아웃 활용: 대부분 좌석이 많지 않음. 거리에서 마시는 커피도 꽤 낭만적이다.

원두 구매 가능: 마음에 든 원두는 현장에서 바로 구매 가능.

바리스타에게 말 걸기:  바리스타에게 말을 걸지 않으면 무뚝뚝해 보일 수 있다. 취향 말하면 친절히 맞춤 추천해 준다. 아니면 원두 구매 시 추천해 달라고 해보자. 의외로 이게 여행 최고의 순간일 수도 있다.

 

멜버른 3대 커피: Market Lane Coffee, Dukes Coffee Roasters, Brother Baba Budan_원두
대부분 카페가 판매용 원두를 진열해 놓고 있다.


멜버른을 마시는 방법

지금까지 멜버른 3대 커피 Market Lane Coffee, Dukes Coffee Roasters, Brother Baba Budan에 대해 살펴봤다. 멜버른의 커피는 꽤나 수준이 높다. 그곳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도 마찬가지다. 이곳 커피는 사람들에게 필수 음료이자 이 도시를 해석할 수 있는 또 다른 문화다. 마켓 레인에서는 책임 있는 커피의 철학을 듁스에서는 고전적인 미감과 깊이를 브라더 바바 부단에서는 공간과 스토리가 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 그러니 멜버른에 간다면 쇼핑보다 박물관보다 먼저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도시와 인사를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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