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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aka

오사카 도톤부리 킨류라멘(金龍ラーメン 道頓堀店) 방문기: 용간판 가게 라멘

오사카 도톤부리에 가면 선택지가 너무 많다. 타코야키를 먹을지 오코노미야키를 먹을지 아니면 그냥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으로 마무리할지. 그런데 도톤부리에는 고민을 멈추게 만드는 가게가 하나 있다. 멀리서도 보이는 초록용 간판. 킨류라멘이다. 오사카 도톤부리에서 반드시 먹어야 할 3대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이곳 킨류라멘이다.

붉은 외관에 초록색 용이 구조몰로 만들어진 간판
킨류라멘 간판


킨류라멘 꼭 먹어야 할까?

처음엔 안 갈 생각이었다. 도톤부리 한복판 줄이 너무 길었다. 간판이 워낙 강렬해서 '여기가 킨류구나'는 바로 알 수 있다. 그리고 긴 ~ 줄이 이곳이 맛집이라는 사실도 말해준다.

초록색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간판
킨류라멘의 간판

 

그래서 사케바 시키(SAKE BAR SHIKI) 가기 전 들를까 하다가 줄을 보고 포기했었다.

'일단 다른 데 갔다가 다시 와서 줄이 짧으면 먹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가게 측면에 놓인 입간판에 금룡이라고 한자로 쓰여있다.
입간판도 있다.

 

결국 킨류라멘에 들어간 시간은 밤 10시 50분. 이 시간에 라멘을 먹는 게 말이 되냐고? 도톤부리에선 된다. 킨류라멘은 24시간 영업을 한다. 그리고 이 시간에도 줄은 길었다.

 

 

자판기 식권 시스템

킨류라멘은 키오스크가 아니라 일본식 주문 자판기 시스템이다. 줄을 서다가 자판기에서 식권을 뽑는다. 그리고 카운터에 제출하면 끝. 이 구조의 장점은 속도다. 주문을 길게 받을 필요가 없으니까 회전율이 높다. 그래서 대기 시간은 길어도 주문 후 음식이 나오는 속도는 빠르다.

 

오후 7시~11시가 가장 붐비고 성수기에는 30~60분 웨이팅이 생길 수 있다. 줄이 길다는 킨류라멘의 상징 같은 단점이기도 하다.

 

 

메뉴는 단순하다, 그래서 더 편하다

메뉴는 많지 않다. 기본 라멘, 차슈 라멘, 특제 라멘 정도로 정도다. 가격은 기본 라멘 800엔, 차슈 라멘 1,100엔, 특제 라멘은 1,200엔대다. 우리는 기본 라멘 2개를 주문했다.

테이블 위에 라멘 2개가 올려져 있다.
기본 라멘

 

킨류라멘의 핵심: 무료 토핑 리필

라멘을 받으면 여기서부터 킨류라멘의 재미가 시작된다. 김치, 부추, 마늘 등을 추가로 올릴 수 있고 이 토핑이 무료다.

 

우리는 하나는 기본 상태로 먹고 다른 하나는토핑을 추가해 봤다. 기본 맛과 토핑을 올린 맛을 둘 다 경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게 생각보다 중요한 포인트다. 킨류라멘은 손님이 취향에 맞춰 맛을 조정하는 셈이다. 어떤 사람은 부추를 잔뜩 넣고 또 어떤 사람은 마늘로 몰아붙이고 또 어떤 사람은 김치로 … 같은 라멘도 테이블마다 맛이 다르게 완성된다.

라멘 위에 김치 마늘 부추가 올려져 있다.
김치와 마늘 그리고 부추를 토핑

 

난 돼지육수인데 여긴 닭육수였다

나는 돼지고기 육수 돈코츠 라멘을 좋아한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닭육수 라멘이라고 했을 때부터 기대치가 낮았다. 아내가 먹자고 해서 긴 줄을 서며 속으로 계속 중얼거렸다. '닭육수 싫은데...'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생각보다 깔끔했다.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먹기에는 오히려 돼지 육수보다 더 잘 맞았다. 묵직한데 느끼하지 않고 입안에 남는 기름감이 과하지 않다. 그렇다고 가볍기만 한 것도 아니다. 한밤중에 먹는 라멘이라면 이 국물이 딱이다.

물론 미슐랭 식당의 섬세함을 기대하면 실망하겠지만 도톤부리에서 쉽게, 빠르게, 즐겁게 먹기에는 꽤나 알맞은 곳이다.

주황색 벽면에 한자가 쓰여있는 가게 내부
내부

 

단점은 딱 하나, 줄이다

킨류라멘의 단점은 줄이 길다다. 예약도 없다. 그냥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팁이 하나 있다. 여럿이 가면 돌아가면서 줄을 서는 게 좋다. 기다리는 동안 근처 돈키호테 도톤보리점에서 쇼핑을 하고 오면 시간도 덜 아깝다. 돈키호테는 걸어서 2~3분 거리마다 볼 게 넘치니까 줄만 바라보다 시간 버리지 말자.

 

그리고 위생이나 면발 같은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주방 청결도나 서서 먹는 구조가 불편할 수도 있다. 이건 관광지 라멘집이 갖는 숙명 같은 것. 완벽함보다 편의성과 상징성으로 살아남는 곳이라 할 수 있다.

 

 


한밤의 라멘은 킨류

킨류라멘은 맛 하나로 승부하는 집이라기보다 도톤부리의 밤을 대표하는 곳이 장점인 곳이다. 초록 용 간판, 24시간 영업, 자판기 식권, 무료 토핑, 그리고 긴 줄. 이 다섯 요소가 합쳐져서 오사카 경험이 된다. 우린 늦은 밤 10시 50분에 들어가 기본 라멘과 차슈 라멘을 먹었고 김치를 추가해 두 가지 맛을 확인했다. 만약 누가 '줄 서서 먹을 가치가 있나?'라고 묻는다면 '한 번쯤은 있다'라고 답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