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멜버른을 처음 밟는 사람들에게 '공항에서 시내까지 어떻게 가야 하나', '도심에 묵을까 감성 동네에 묵을까' 같은 고민에 조금은 도움이 될 얘기를 들고 왔다. 직접 경험한 공항 우버 이용법부터 호텔 vs 에어비앤비의 현실적 비교까지. 자, 멜버른에 내리면 곧바로 겪게 되는 이야기로 시작해 보자
시행착오 줄이기 - 멜버른 공항 우버 이용법
15시간 비행 끝 호주 멜버른 공항에 도착했다. 성수기가 아니라 멜버른 직항이 없어 시드니를 경유하느라 오래 걸렸다. 멜버른 공항은 복작거리기보단 차분했다. 짐도 있고 피곤했기 때문에 우버를 택했다. 여행 첫날, 공항에서 숙소까지 무사히 가는 것만으로도 미션 클리어 아닌가.
주의: 해외에서 우버를 사용하려면 한국에서 우버앱을 다운로드하여 국제 결제가 가능한 신용카드를 등록해놓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멜버른 공항 우버는 한국이랑 좀 다르다.
먼저 우버 앱으로 차량을 부르면 '핀번호(PIN) 네 자리'가 생성된다. 그리고 이 번호를 들고 우버 전용 승하차장(Uber Zone)으로 나간다. 공항 내부에 안내 표지판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버존에 가면 형광색 조끼를 입은 직원이 서 있는데 그 사람에게 핀번호를 보여주면 탑승해야 할 차량을 안내해 준다. 차량에 타면 기사도 핀번호를 확인한 뒤 출발. 낯설지만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도심까지는 약 30~40분 거리. 창밖을 보며 긴 비행의 피로를 살짝 식힐 수 있다. 나처럼 두 명 이상이라면 이동도 편하고 가격도 나쁘지 않은 우버가 가장 무난한 선택이다.
CBD에서 깔끔하게 - 도르셋 멜버른 호텔
⊙ 주소: 615 Little Lonsdale St, Melbourne VIC 3000
첫 숙소는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도르셋 멜버른 호텔(Dorsett Melbourne)이었다. ChatGPT에게 최근 오픈한 깨끗한 호텔을 찾아달라고 해서 결정한 호텔. 현대적인 신축 호텔이라 외관부터 로비 그리고 객실까지 깔끔함은 기본값.
무엇보다 당시 한국인 직원이 있어 소통도 편했다.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한 시. 체크인을 두 시지만 얼리 체크인을 해주었다. (사실 메일로 얼리 체크인을 요청했을 땐 거절당했었다.)
위치 하나는 기가 막힌다. 퀸빅토리아 마켓, 스테이트 도서관,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 - all 도보권. 트램을 타도 거리 차이가 크지 않아서 도심 안에선 그냥 걷는 게 답이다. 도심 내 최강 교통수단은 사실 자전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 호텔에서 플린더스 스티리트 역까지 도보로 21분, 트램으로 10분, 자동차로 8분, 자전거로 7분 정도 걸린다. 걸을지 트램을 탈지 약간 고민되는 시간차
○ 장점
- 위치 깡패: 대부분의 관광지를 도보로 커버 가능, 주위에 대형 마트 있음
- 신축 깔끔함: 청결도와 침구 퀄리티 우수
- 호텔 서비스: 조식, 피트니스, 데일리 청소 기본 제공
× 단점
- 감성 부족: 뷰, 여백, 분위기에서는 큰 기대 말 것
- 생활 제로: 요리 불가, 살림 불가, 호텔은 호텔
☞ 이런 사람에게 추천: 멜버른 첫 방문, 관광 루트 중심,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
피츠로이에서 살아보기 - 10 Howe St 에어비앤비
⊙ 주소: 10 Howe St, Fitzroy North VIC 3068
두 번째 숙소는 피츠로이 노스에 있는 단독 주택 에어비앤비였다. 분위기는 CBD와 완전 반대. 관광객보다는 동네 주민 느낌, 익숙한 골목 풍경 속에 묻히는 경험이다. 문을 열자 작은 마당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 괜찮다.
거실 중앙에는 커다란 아일랜드 식탁이 놓여있다. 그리고 소파와 TV가 놓여있는 장이 보인다. 아주 크진 않지만 두 명이 쓰기엔 꽤 넓은 공간이었다. 호텔에 비하면 훨씬 여유로운 공간이다.
침실은 단출하지만 깔끔했다. 약간 쌀쌀함이 느껴졌다. 거실에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23℃를 최고 온도로 설정해 놓은 듯했다.
숙소는 실제 사람이 사는 공간을 빌린 듯했다. 침실 한쪽 장에 집주인의 옷들이 있고 팬트리에는 다양한 소스들이 있었다. 한국 집보다 다양한 소스에 놀랐다. 여기 식문화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부분.
편리했던 건 세탁기와 건조기 그리고 식기세척기까지 모두 있어 생활하기 편했다. 특히, 긴 여행에서 세탁을 편히 할 수 있다는 건 굉장한 메리트다. 옷을 많이 가져가지 않아도 되니깐. 여기에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과 바비큐 그릴까지. 아침마다 커피를 내리고 저녁엔 고기를 구워 먹었다. 바깥이 아닌 내 공간에서 보내는 여행이란 이런 거다.
야외 마당에는 가스 바비큐 그릴이 있다 하지만 그릴판이 청소되어 있지 않아 지저분. 집주인의 허락을 득한 뒤 내부에서 소와 양고기 스테이크를 구워 먹었다. 여기가 진짜 내 집... 같은...
○ 장점
- 감성 폭발: 주택가의 조용하고 따뜻한 분위기
- 살림 가능: 요리, 세탁, 커피 모두 가능, 도보 3분 거리에 마트 있음
- 안전함: 골목은 조용하고 산책하기 좋음
× 단점
- 접근성 낮음: CBD까지 트램 20~30분
- 셀프서비스: 청소, 수건 정리 등 전부 내 몫
- 난방이 호텔보다 약함
☞ 이런 사람에게 추천: 멜버른에서 잠깐이라도 살아보기를 원하는 사람, 여행 중 살림과 커피를 놓치기 싫은 사람, 로컬 분위기에 취하고 싶은 사람
결정장애를 위한 요약 - CBD vs 피츠로이
항목 도르셋 호텔 (CBD) 피츠로이 에어비앤비
분위기 | 세련되고 도회적 | 감성적이고 로컬 |
접근성 | ★★★★★ (도보 중심) | ★★☆☆☆ (트램 필수) |
생활감 | ☆☆☆☆☆ | ★★★★★ |
추천 대상 | 관광 중심, 첫 방문 | 여유 중심, 감성파 여행자 |
가격대 | 상대적으로 높음 | 옵션 따라 유동적 |
멜버른은 묘한 도시다. 어디에 묵든 도시의 개성이 공간마다 다르게 스며든다. 도심 한가운데선 고풍스러운 유럽과 세련된 현대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피츠로이의 그라피티로 꾸며진 골목에선 예술과 여유가 물씬 풍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일정이 여유롭다면 호텔과 에어비앤비를 나눠 묵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도심의 강렬함과 로컬의 여백 이 두 개의 멜버른을 모두 경험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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