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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Foodie

연희동 마우디(Maudie) 방문기: 트러플 크림 뇨끼와 우니 톳 크림 파스타

주말에 명지대 근처에 볼 일이 있어 나갔다가 점심때가 되어 버렸다. 원래 명지대 유명 우동집 가타쯔무리를 방문하려 했지만 재료 소진으로 문이 닫혀있었다. 근처 다른 곳을 가려다가 '더 이상 이 근처에서 헤매지 말고 연희동으로 가자.'라고 방향을 틀었다. 그렇게 오늘 소개할 마우디(Maudie)를 알게 되었다.

회색 타일로 되어 있는 건물에 베이지색 어닝이 있는 마우디 전면
마우디 전면


연희동의 첫 관문, 주차부터 전쟁

연희동은 늘 주차가 문제다. '이번엔 괜찮겠지'라는 기대는 접어야 한다. 이날도 마찬가지. 가까스로 사러가 쇼핑센터 쪽에 차를 넣었다. 연희동은 식사보다 주차로 먼저 진이 빠지는 동네 중 하나다. 주말에는 차를 안 가지고 오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듯하다.

사러가 쇼핑센터 입구. 오래된 쇼핑센터지만 외관은 깔끔하다.
사러가 쇼핑센터에 주차

 

 

마우디 입장, 서양가정식?

사러가 쇼핑센터 근처에서 식당을 찾다가 '서양가정식'이라고 쓰여있는 입간판을 보고 마우디로 들어갔다.

크리스마스 포인세티아로 꾸며져있는 외관 그 앞에 문제의 입간판이 놓여있다.
작은 입간판 아래 서양식 가정식이라고 써있다.

 

내부는 흰색 벽에 노출 천정 그리고 우드 테이블과 의자. 인테리어가 엄청나게 특별하진 않은데 주황빛 조명 때문에 분위기가 따뜻했다. 아직 크리스마스 장식이 남아 있어서 새해 느낌보다는 연말의 잔열 같은 공기가 있었다.

따뜻한 느낌의 내부. 조명에 크리스마시 장식이 되어 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여전한 내부

 

시간은 오후 1시 40분쯤. 점심 피크는 지난 줄 알았는데 두 자리 정도만 비어 있었다. 운 좋게 대기 없이 앉았다. 다만 이 정도면 주말 피크 타임엔 예약을 해두는 게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처럼 '우연히 들어가서 자리 있으면 먹지 뭐' 하는 타입이면 그날의 운에 기대야 할 듯.

 

 

이건 파스타집인데!

메뉴판은 2인, 3인 세트로 시작한다. 2인 세트가 69,000원, 79,000원, 3인 세트가 99,000원. 그리고 뒷장에 뇨끼, 리조또, 파스타가 이어진다. 단품 가격은 대략 18,000원에서 23,000원대. 솔직히 가격이 착한 편은 아니다.

2,3인 세트 메뉴판 가격은 2인 세트가 69,000원, 79,000원, 3인 세트가 99,000원이다뇨끼, 리조또, 파스타 메뉴판. . 단품 가격은 대략 18,000원에서 23,000원대다
메뉴판

 

여기서 첫 번째로 느낀 건, '서양가정식'이라는 단어가이 주는 이미지와 실제 메뉴 구성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서양 가정에서 간단히 먹는 메뉴를 기대했는데 이건 가정식이라기보다 파스타집 혹은 스테이크집에 더 가깝다. 물론 서양에서는 파스타가 가정식인 건 맞다. '가정식'이라는 단어에 어떤 기대를 하느냐에 따라 느낌은 달라질 것 같다.

 

우리는 트러플 크림 뇨끼와 우니 톳 크림 파스타를 주문했다. 아내는 거제에서 톳김밥의 톳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고 나는 크림의 느끼함을 선택한 것.

 

 

식전빵의 느낌이 끝까지

조금 기다리자 식전빵이 나왔다. 보통 빵과 올리브오일을 따로 내어주는 집이 많은데 마우디는 빵에 모든 게 발라져서 나왔다. 베어 무는 순간 단맛이 먼저 치고 들어온다. 식전빵 치고는 꽤 달다. 그다음에 짠맛과 버터의 고소함이 따라온다. 마늘향도 잘 배어 있다. 바삭하게 부서지는 타입이라기보다 폭신한 질감이라 버터랑 더 잘 어울린다.

버터 및 마늘 스프레드가 발라진 식전빵
식전빵

 

단맛을 싫어하면 이 빵이 꽤 달게 느껴질 수 있다. 그리고 이 단맛은 식전빵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 집은 전반적으로 단짠으로 맛이 설계되어 있는 듯했다.

 

 

트러플 크림 뇨끼, 폭신함으로 기억되는 시그니처

트러플 크림 뇨끼는 비주얼부터 독특했다. 마치 잘 구운 빵 조각을 군데군데 올려놓은 듯한 느낌. 보통 뇨끼는 길쭉한 타원형이 많은데 이곳 뇨끼는 작고 둥글거나 각이 두리뭉실한 육면체처럼 느껴졌다.

동글돌글 구워진 뇨끼가 특색있는 트러플 크림 뇨끼
뇨끼

 

한 입 먹으면 이 집의 단짠이 다시 등장한다. 단맛이 가장 먼저 느껴지고 그 뒤에 치즈의 고소함과 기분 좋은 느끼함 그리고 짠맛이 따라온다. 보통 이탈리안 음식을 먹으면 짠맛이 전면에 오는 경우가 많은데 마우디는 짠맛보다 단짠 밸런스 쪽을 더 강조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 단짠이 우리나라 분식의 단짠과는 결이 다르다. 치즈가 들어가면서 더 부드럽다고나 할까.

 

가장 독특했던 건 식감이다. 아마 뇨끼를 한 번 튀겨서 소스에 버무린 느낌이 있는데 겉은 약간의 질감이 느껴지면서도 속은 굉장히 폭신하다. 밀가루의 쫀득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 밀가루를 많이 넣지 않아 으깬 감자 비율이 굉장히 높은 듯했다. 약간의 저항감만 있는 폭신함이 재미있다.

 

트러플 향은 분명히 존재감이 있다. 향이 강한 걸 싫어하는 사람은 싫을 수도 있으니 고려하길 바란다.

 

 

우니 톳 크림 파스타, 낯선 비주얼의 바다향 파스타

우니 톳 크림 파스타의 비주얼은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었다. 촌스럽게도 초록색 면을 보면 식욕이 확 당기지 않기 때문. 그런데 아내가 맛있다며 한 입 권했다. 막상 먹어보니 맛있었다.

초록면과 계란 노른자로 특색 있는 우니 톳 크림 파스타가 우드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
초록면과 계란 노른자로 특색있는 우니 톳 크림 파스타

 

이 파스타도 단맛이 먼저 느껴진다. 그다음에 짠맛과 함께 여러 재료의 맛이 올라온다. 톳에서 나는 해산물 내음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다만 아쉬운 건 우니의 맛이 기대만큼 풍부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래도 톳과 크림의 조합 자체가 재미있었다. 한 번쯤은 먹어볼 만한 메뉴다.

 

마우디의 맛의 결

이날 먹은 건 식전빵, 트러플 크림 뇨끼, 우니 톳 크림 파스타. 딱 세 가지뿐인데도 공통된 결이 느껴졌다. 단짠이 굉장히 강조된다는 것 그리고 그 위에 메뉴마다 재료의 개성이 얹혀 있었다.

왼쪽에는 우니 톳 크림 파스타가 오른쪽은 트러플 크림 뇨끼가 놓여있다.
우니 톳 크림 파스타와 트리플 크림 뇨끼

 

단맛을 싫어하는 사람이나 이탈리아 전통의 드라이한 파스타 맛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살짝 실망할 수도 있다. 반대로 '연희동 감성 공간에서 확실한 단짠 크림 계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

뭔가 이곳만의 맛이 설계되어 있어 만족스러운 한 끼였다.


연희동 마우디는 따뜻한 분위기와 단짠의 맛을 가진 곳이었다. 나중에 리뷰를 보니 꽤나 유명한 곳이었다. 그리고 트러플 크림 뇨끼는 폭신한 식감 하나만으로도 기억에 남는 곳이다. 우니 톳 크림 파스타는 초록색 면이지만 바다 내음을 머금은 파스타였다. 급하게 들어갔는데도 괜찮은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