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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aka

오사카 점심 맛집 Teppan & Italian Ceppo: 시금치 엔초비 파스타와 와규 함바그

여행 마지막 날 점심은 늘 애매하다. 뭘 많이 하고도 어렵고 그렇다고 뭘 안 하기도 아쉽다. 이날은 미뤄두었던 멜 커피를 찾았다. 생각보다 줄이 길지 않아 마음 놓고 대기하고 있었는데 줄이 줄어드는 속도가 생각보다 더뎠다. 갑자기 시간이 쫓기기 시작했다. '오늘 점심은 아무거나 먹자' 모드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눈에 들어온 곳 바로 Teppan & Italian Ceppo Shinsaibashi(チェッポ 心斎橋). 철판과 이탈리안을 섞었다는 콘셉트부터가 특이했다. 이렇게 일본에서의 마지막 점심은 우연으로 결정됐다.

적벽돌로 이뤄진 Ceppo 외관. Ceppo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다.
Ceppo 외관


가게 위치와 분위기

Ceppo는 오사카 미나미센바 지역에 있고 심사이바시역에서 도보 5분 거리다.. 심사이바시 쇼핑하다가 점심 먹기 좋은 위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이탈리아 전통 파스타 집의 느낌을 기대했는데 막상 들어가니 일본식 레스토랑의 결이 더 강했다. 좌석 배치도 바 형태다. 카운터 너머로 조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모습이 딱 일본 음식점이다.

흰 벽에 좁은 공간. 바형 테이블이 일자로 배치되어 있다. 음식을 만드는 직원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바형 테이블이 놓인 내부

 

영업시간과 이용 팁

런치는 11:30부터 14:30까지이고 라스트오더는 14:00, 디너는 18:00부터 23:00까지(라스트오더 22:00)다. 일요일과 매달 한 번은 휴무가 있을 수 있으니 여행 일정이 빡빡하면 미리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그리고 좌석 수가 적어 대기가 생길 수도 있으니 알고는 있자. 다행히 이날 우리는 다른 손님들이 적어 대기 없이 자리를 앉을 수가 있었다.

와인과 꼬냑 병과 후기 댓글 안내문이 놓여 있다. 후기를 쓰면 커피나 티 한 잔 제공
커피 서비스 안내

 

주문한 메뉴

영업 시간 및 간단한 메뉴 안내 pop런치 메뉴판. 1000 ~ 2400엔 사이 가격대로 구성되어 있다.
메뉴판

 

 

 

이날 주문은 오늘의 파스타와 함박스테이크. 파스타는 시금치가 들어간 엔초비 파스타였고 가격은 1,000엔. 솔직히 나는 엔초비를 좋아하지 않는다. 반대로 아내는 엔초비를 좋아한다.

 

내가 고른 건 특선 와규 수제 함바그. 가격은 1,200엔이고 하루 10개 한정 메뉴라고 적혀 있었다. 한정이라는 말을 보면 왠지 맛있을 것 같다. 소스는 데미그라스 또는 무 오로시 폰즈 중 선택할 수 있었는데 이탈리안이라기보다 일본식 양식에 더 가깝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맛의 인상

시금치 엔초비 파스타는 생각보다 일본식 맛이었다. 엔초비가 앞에서 세게 치고 나오는 스타일이 아니라 소스에 섞여 감칠맛만 받쳐주는 방향. 그래서 엔초비를 싫어하는 나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시금치가 들어가니 너무 짜게 느껴지지도 않고 식감도 지루하지 않았다. 이탈리아 전통 파스타집을 기대하면 고개를 갸웃할 수 있지만 여행 중 실패 없는 파스타를 찾는다면 괜찮은 선택이다.

흰 접시에 담긴 오일 파스타. 새우와 시금치가 보인다.
오늘의 파스타

 

함바그는 더 일본식이다. 철판으로 조리된 고기의 결이 살아 있었다. 육즙 폭발까지는 아니지만 적당히 단단하고 적당히 부드러웠다. 데미그라스든 무 오로시 폰즈든 밥이 당기는 타입의 맛이다.

상치와 함바그 스테이크가 같이 놓여 있다.
함바그 스테이크

 

무엇보다 이 두 메뉴 모두 과하지 않아 좋았다. 여행 마지막 한 끼를 너무 무겁게 먹으면 이동이 힘들어지고 너무 가볍게 먹으면 아쉬움이 남는다. Ceppo의 파스타와 함바그 조합은 그 중간 지점을 잘 잡았다. 우연히 찾은 곳이지만 교토와 오사카에서 처음 먹은 파스타로써 괜찮은 선택이었다.

 

 

Ceppo 추천 상황

이 집을 굳이 오사카 최고의 이탈리안이라고 포장할 생각은 없다. 대신 장점이 확실하다. 심사이바시역에서 가깝고 점심 가격대가 부담스럽지 않으며 철판과 파스타라는 조합이 실패 확률을 낮춘다. 반대로 정통 이탈리아 파스타를 기대한다면 아쉬울 수 있다. Ceppo는 철판 그릴과 이탈리안을 결합한 콘셉트고 그 안에서 일본식 느낌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 기대치를 '오사카에서 만나는 깔끔한 퓨전 점심' 정도로 하면 만족도가 올라갈 것이다.

 

 


여행에서 계획이 아닌 우연으로 결정되는 것들이 있다. Ceppo도 계획하고 간 곳은 아니다. 카페 대기가 길어지면서 급하게 찾은 곳이지만 시금치 엔초비 파스타와 하루 10개 한정 와규 함바그가 생각보다 좋았다. 적당히 배부르게 적당히 괜찮은 만족감. 심사이바시에서 점심을 고민 중이라면 이 집은 충분히 후보에 올릴 만하다. 화려하진 않지만 이런 집이 필요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