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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aka

오사카 2박 3일 여행 일정: 오사카 사케바, 칵테일바, 카페 그리고 맛집까지

오사카 2박 3일은 짧다. 짧다고 욕심내면 망하고 대충 다니면 또 아쉽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큰 이벤트 1개(USJ) + 밤은 도톤부리 + 낮은 카페'로 큰 틀을 짰다. 그 안에 시장이랑 쇼핑을 끼워 넣는 방식. 여행 준비는 부족했어도 꽤 만족스러운 일정이 됐다. 단점이 있다면 밤에 너무 많이 돌아다녀서 다음 날 아침이 매번 힘들었다는 것.

 

아래 일정은 실제로 내가 움직인 순서 그대로 정리했다. 중간중간에 '이 구간은 이렇게 하면 덜 힘들다' 같은 현실 팁도 같이 적어본다.

두 손을 들고 뛰는 남성 네온 사인 글리코.가 크게 보인다.
오사카 글리코 상

 

목차


난바에 머무르면 오사카 일정이 쉬워진다. 도톤부리도 가깝고 늦게까지 놀아도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 짧다. 대신 USJ(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갈 때는 지하철로 30분 정도 이동해야 한다는 건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유니버설시티역에서 공원까지는 도보 5분이라 접근성은 좋았다.

 

1일 차: 구로몬 시장부터 도톤부리 야식까지, 오사카에 적응하는 밤

- 구로몬 시장, 센니치마에 도구야스지, 도톤부리, SAKE BAR SHIKI, 릴로커피 킷사, 돈키호테, 킨류라멘 -

구로몬 시장, 여행 시작은 시장이 정답

오사카에 도착해서 바로 구로몬 시장부터 갔다. 구로몬 시장은 오사카의 부엌이라 불린다. 약 580m 길이의 아케이드에 100~150개 이상의 점포가 몰려 있다. 관광객도 많지만 현지인도 섞여 있어서 생활감 있는 오사카를 맛보기에 좋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한 가게에서 배를 채우지 않는 것. 시장은 원래 여러 번 찍어 먹어야 재밌다.

 

센니치마에 도구야스지, 예상보다 오래 머무는 구간

구로몬을 나와 센니치마에 도구야스지 상점가로 이동했다. 여긴 주방도구 상점가인데 길이 약 150m에 50여 개 상점이 모여 있다. 칼, 냄비, 식기, 식품 샘플까지 다 있다.

 

솔직히 나는 '한 번 구경하고 나오겠지' 했는데 막상 들어가면 시간이 빨리 흐른다. 타코야키 팬 같은 오사카다운 도구도 많다. 종지나 젓가락을 기념품으로 사기에 부담이 적다.

 

도톤부리 입성, 오사카는 밤에 완성된다

오후 6시쯤 도톤부리에 들어가면 분위기가 바뀐다. 도톤부리는 낮에도 활기차지만 진짜는 밤이다. 네온 불빛이 켜지는 순간 '그래, 나 오사카야' 하고 자기소개를 시작한다. 에비스바시(글리코상 앞에 있는 다리)에서 사진 한 장 찍고 강변 리버워크로 내려가 네온 반영을 보면서 걷는 코스가 가장 도톤부리답다.

어두운 밤 중앙에 강이 흐르고 양쪽에는 불빛 가득한 건물들이 보인다.
도톤부리 리버 워크

 

우리는 돌아다니다가 맥주랑 오코노미야키를 먹었다. 관광지의 전형적인 맛이긴 하지만 사람에 치이다가 잠깐 앉아 철판 냄새 맡으며 한 입 먹으면 여행 왔다는 감각이 확 살아난다.

 

 

SAKE BAR SHIKI 도톤부리 2차로 사케가 정답인 날

도톤부리에서 한 잔 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선택지는 많다. 그 유혹을 뿌리치고 사케바 SHIKI로 갔다. 에비스바시에서 걸어서 8분 정도라 도톤부리 소음이 줄어드는 위치다.

테이블 위에 빈 사케병 4 개가 놓여 있고 뒤쪽에는 다양한 컵 들이 보인다.
사케바 shiki

 

이 집은 사케 메뉴판이 없다. 취향을 말하면 바텐더가 추천해 준다. 사케를 잘 모를수록 이게 편하다.

테이블 위에 사케병 2개와 유리컵 2개가 놓여있다.
주문했던 사케들

 

이날 마신 건 다섯 잔. 니혼토(日本刀)는 초카라구치답게 뒷맛이 날카롭게 끊겼고 료칸(両関)은 쌀의 감칠맛으로 부드럽게 감쌌다. 스즈키(鈴) 준마이다이긴죠는 화사한 향과 깔끔한 목 넘김이 강점이었고 텐메이(天明)는 생주 특유의 신선함이 살아있었다. 마지막 소텐덴(蒼天伝)은 저온 저장 느낌처럼 마무리가 정갈했다.

 

술 자체도 좋았지만 조용한 2층 바에서 바텐더(사장님)와 나눈 대화와 그 분위기가 기억에 남는다.

 

 

릴로커피 킷사, 늦은 밤 카페가 필요한 순간

술 마신 뒤 커피. 이제는 어색하지 않은 조합이다. 교토와 마찬가지로 오사카의 카페들도 일찍 문을 닫는다. 하지만 이곳은 10시까지 영업을 한다. 우리는 9시에 방문했다.

사이폰 커피에서 커피가 추출되는 모습. 커피 추출 마지막으로 하부 플라스크에 커피가 담겨있다.
사이폰 커피

 

여긴 원두도 고르고 추출 도구도 고른다. 콜롬비아 라이트와 르완다 미디엄 원두를 사이폰으로 주문했다. 콜롬비아는 식으면서 산미가 또렷해졌고 르완다는 쓴맛이 거의 없이 깔끔했는데 식을수록 스트로베리 뉘앙스가 올라오는 게 인상적이었다.

릴로킷사 내부로 벽면에 세계 지도가 부착되어 있다. 이 세계지도에 원두 생산지가 표시되어 있다.
릴로커피 킷사 내부

 

 

돈키호테 도톤보리점, 밤 쇼핑의 엔딩

도톤부리의 돈키호테는 그 존재감이 확실하다. 오전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운영이라 밤에도 쇼핑이 된다. 이곳에서 방심하면 너무 많이 살 수 있다. 특히 과자 코너에서 정신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킨류라멘, 한밤의 라멘은 오히려 정답

도톤부리의 초록 용 간판이 있는 곳 바로 킨류라멘. 줄이 길어서 한 번 포기했다가 다시 갔다. 결국 들어간 시간이 밤 10시 50분쯤이었다. 여긴 자판기 식권 시스템이라 주문 이후 회전이 빠르다. 기본 라멘 두 개를 주문해 하나는 김치·부추·마늘 같은 무료 토핑을 올려 먹었다. 나는 돈코츠 파인데 여기 닭육수 국물은 생각보다 깔끔해서 한밤중에 오히려 더 잘 맞았다.

초록색 용 간판이 달린 킨류라면. 멀리서도 보인다.
초록 용 간판이 달린 킨류라면

 

단점은 긴 줄. 그래서 여럿이 왔다면 돌아가면서 줄을 서고 돈키호테를 방문하는 게 꽤 합리적이다.

연주황색 테이블 위에 놓인 킨류의 일반 라멘 두 개
일반 라면

 

 

2일 차: 유니버설 스튜디오 올인, 그리고 난바 야식 3 연타

-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USJ), 우오신, Cowboy Sennichimaen, NOLA -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하루가 통째로 사라진다

둘째 날은 아침부터 USJ. 테마파크는 내 취향은 아니다. 하지만 아내는 진심 좋아한다. 그냥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어두워진 밤 밝게 빛나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조형물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저녁

 

입구부터 세트장처럼 공간이 연출되어 있어 걷기만 해도 배경이 계속 바뀐다. 미니언즈 파크는 귀여움으로 해리포터 존은 호그와트 성 외관부터 압도적이다. 버터비어를 마시며 해리포터를 기억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단 무알콜이라 맥주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

닌텐도 월드는 입장 자체가 미션이라 확약권을 먼저 확보하자.

레이저빔이 올라오는 유니버셜의 밤닌텐도 게임 속 같은 슈퍼 닌텐도 월드 내부
유니버셜의 밤(왼쪽)과 닌텐도 월드(오른쪽)
미국 올드카가 전시되어 있는 조닝. 옛날 미국 거리를 느낄 수 있다.액자가 걸린 헤리포터 호그와트성 내부. 천고가 매우 높다.
미국 올드카(왼쪽)와 헤리포터 호그와트 성 내부(오른쪽)
직원이 주문한 버터피어를 건네주고 있다.
헤리포터 존의 버터비어어

 

우오신, 스시로 배채운 저녁

USJ 다녀오면 배가 고픈 건 당연 그래서 난바의 우오신으로 들어갔다. 관광객이 주 고객이라 부담 없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분위기였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배부른 스시다.

테이블 위에 김 마끼와 초밥이 올려져 있다.
다양한 초밥들

 

이날은 시메사바 초밥, 텟카마키, 간파치 사시미, 시메사바 사시미, 킨메다이 아부리, 아부리 와규, 노도구로 계열, 즈와이가니, 마구로 육회 군함까지 다양하게 먹었다. 그리고 토요비진(東洋美人) 아시안 뷰티 프리미엄 사케로 즐거움을 더했다.

붉은 라벨이 부착된 사케와 두 개의 세트로 구성된 사케잔
특이한 사케잔

 

특히 큰 잔에 따르면 작은 잔이 차오르는 사케잔 덕분에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Cowboy Sennichimae, 와규는 집중할 곳으로

솔직히 말하면 여기서부터는 욕심이었다. 스시를 먹고 2차로 와규 스테이크를 넣은 건 무리수였다.

상단에는 사진과 각종 명함들이 부착되어 있고 아래는 메뉴가 부착된 바 형태 테이블
각종 명함으로 가득한 내부 좌석

 

 

우리가 주문한 건 와규 등심과 안심 필렛 200g. 맛이 나쁘진 않았는데 상상했던 사르르 녹는 와규까지는 아니었다. 그래서 결론은 교훈이다. 와규는 와규가 메인인 저녁으로 계획해야 후회가 덜하다.

촉촉하게 소스에 젖어 있는 안심 스테이크와 가니쉬들
와규 스테이크

 

 

NOLA , 칵테일바인데 맥주가 하이라이트

마무리는 NOLA. 이름은 칵테일바지만 우리가 간 이유는 '한국에서 흔하게 못 마시는 맥주'때문이었다.

흰색 맥주 탭이 놓여 있는 바테이블
전용 맥주탭이 놓여 있는 테이블

 

바텐더의 단정한 복장과 태도가 신뢰감을 줬다. 추천을 부탁하고 맥주 두 잔을 마셨다. 첫 잔은 트라피스트 로슈포르 10(도수 11.3%). 묵직하고 풍미가 복합적이라 자연스럽게 천천히 마시게 된다. 두 번째는 슈나이더 바이세 오리지널(Tap7). 크리미 하고 청량해서 로슈포르로 시작한 밤을 부드럽게 정리해 줬다.

로스포르 전용잔에 담겨 있는 맥주. 거품의 비율이 이상적이다.
로슈포르 10

 

 

3일 차: 체크아웃 이후 반나절, 카페와 점심으로 깔끔하게 정리

- 멜 커피 로스터스, Ceppo, Hoop 커피 -

멜 커피 로스터스, 1시간 반 기다려도 맛으로 설득한다

마지막 날은 카페로 시작했다. 멜 커피 로스터스는 매장이 작고 테이크아웃 중심이라 회전이 빨라 보이는데 핸드드립으로 추출하니 대기가 길어질 수 있다.

문 순서를 기다리는 멜 커피 로스터스의 고객들
멜 커피 로스터스 외부

 

우린 에티오피아 워시드와 내추럴을 마셨는데 산미가 과하게 찌르지 않고 플로럴 한 뉘앙스로 정리되는 게 좋았다. 기다리느라 일정이 꼬였는데도 맛이 이 모든 것을 보상했다.

회색 벽에 영어로 멜 커피 로스터스라고 쓰인 로고가 프린트 되어 있다.
멜 커피 로스터스 벽면 로고

 

 

Ceppo, 마지막 점심은 과하지 않게

점심은 Teppan & Italian Ceppo. 오늘의 파스타(시금치 엔초비 파스타)와 하루 10개 한정 와규 수제 함바그(1,200엔)를 주문했다. 엔초비를 좋아하지 않는 나도 '생각보다 괜찮네'가 나올 만큼 소스에 감칠맛만 받쳐줬다. 함바그는 일본식 양식의 정석처럼 깔끔했다. 마지막 날 점심에 딱 맞는 과하지 않은 적당한 만족을 줬다.

일하고 있는 직원이 바 테이블 너머 보인다. 테이블 위에는 접시와 물병 그리고 테이크 커피 잔이 보인다.
Ceppo 내부
시금치와 새우 그리고 엔초비가 들어간 파스타소스가 올라간 함박스테이크와 야채들이 접시에 담겨 있다. 다른 접시에는 밥이 그리고 커피 잔이 테이블에 같이 올려져있다.
파스타와 함박스테이크

 

 

 

후프 커피, 멜의 대안이 아니라 동급의 선택지

Ceppo 이후 바로 후프 커피로 이동했다. 간판이 작고 지하 1층이라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내려가면 공간이 의외로 넓고 편하다. 우리는 에티오피아와 과테말라 필터 커피를 마셨다. 과테말라는 식을수록 더 좋아지는 타입이었다. 멜이 너무 붐비면 후프를 대안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냥 동급의 좋은 카페였다.

그레이 톤의 카페 내부. 뒤편은 매우 일본스럽다. 추출도구는 하리오 v60
후프 커피 추출 공간

 


전체 일정 총평: 오사카 2박 3일을 실패하지 않는 법

오사카 일정은 교토에 비해서는 여유로웠다. 교토에서 너무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니 힘들었기 때문에 오사카 일정을 조율했다. 오사카의 2박 3일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날 밤은 도톤부리로 오사카를 느끼고 SHIKI와 킨류라멘으로 밤 일정을 마쳤다. 둘째 날은 USJ로 하루를 통째로 쓰되 저녁은 난바에서 스시로 배를 채우고 맥주로 하루를 마무리. 마지막 날은 카페와 가벼운 점심으로 귀국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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