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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Foodie

양천구 신월동 중식 맛집 '수현성' 방문기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동네 중국집의 정석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30년째 같은 자리에서 부부가 직접 운영하는 곳. 바로 수현성이다. 첫 방문은 '근처 괜찮은 중국집 없을까?'라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런데 한 번 먹고 나서는 계속 찾는 집이 되었다. 자극은 덜하지만 계속 젓가락이 가는 맛.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낡은 건물에 낡은 간판. 2층에 수현성이 있다.
수현성 입구

 


이 집, 배달 안 되나요?

리뷰를 보면 '배달이 안 된다'는 말이 많다. 하지만 배달이 전혀 안 되는 건 아니다. 수현성과 가까운 지역이라면 직접 배달을 해준다. 물론 거리가 조금만 멀거나 홀에 손님이 많을 때는 배달을 하지 않는다. 단, 배달을 하려면 매장에 직접 전화해 배달 가능 여부를 문의해야 한다. 

 

⊙ 매장 중심 운영, 근거리만 직접 배달

⊙ 포장 가능, 전화 주문 후 방문 시 빠른 수령

⊙ 배달보다 직접 방문이 만족도가 높음

 

아내와 처음 방문했을 때는 눈이 많이 오는 날이었다. 좁고 가파른 2층 계단을 올라가면 전형적인 동네 중국집의 풍경이 펼쳐진다. 꾸미진 않았지만 정감 있는 그런 곳이었다. 

2층 수현성 출입문. 중화요리라고 크게 쓰여있다.
출입문
전형적인 중국집 테이블. 벽에는 선풍기가 달려있다 뒤쪽에는 에어컨과 TV가 있다.
수현성 내부

 

현금 vs 카드

이 집의 독특한 점 중 하나는 현금 결제 시 할인이 있다는 것이다. 짜장면은 현금가 4,500원(카드 6,500원), 짬뽕은 현금가 5,000원(카드 7,500원). 단골이라면 대부분 현금이나 계좌이체로 계산한다.

수현성 메뉴판. 왼쪽에 현금가 할인이 부착되어 있다.
메뉴판

 

⊙ 현금 결제 시 약 30% 가까이 할인

⊙ 짜장 4,500원, 짬뽕 5,000원 → 가격 대비 만족도 최고

⊙ 세트 메뉴는 17,000원(카드 20,000원)으로 2인 식사에 딱

 

이 정도면 현금이 진리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카드로 계산해도 아깝지 않은 맛이지만 현금가의 가성비는 정말 뛰어나다.

 

 

짜장, 짬뽕, 탕수육: 기본에 충실한 세 가지

수현성에서 맛본 메뉴는 짜장, 짬뽕, 탕수육 정도. 하지만 이 셋만 먹어봐도 중국집을 파악할 수 있다. 

짜장면: 꼬들한 면발에 진한 소스, 자극 없이 담백

짬뽕: 얼큰하지만 짜지 않음, 야채와 해물의 균형이 좋음

탕수육: 찹쌀이 아닌 전통 튀김옷. 바삭함 유지력 최고

 

짜장은 어릴 적 아버지가 사주던 그 맛이다. MSG나 과한 단맛 없이 익숙하고 편안한 풍미가 그대로 느껴진다. 짬뽕은 자극적이지 않지만 계속 국물을 떠먹게 된다. 한마디로 부드럽게 중독되는 맛이다.

 

 

세트 2번, 가장 많이 찾는 메뉴

가장 인기 있는 조합은 세트 2번(탕수육 + 짜장 + 짬뽕). 현금가 17,000원으로 두 사람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짜장과 짬뽕을 나눠 먹으며 취향을 맞출 수 있는 구성이라 가족 단위 손님에게도 인기가 많다.

세트 구성: 짜장 1 + 짬뽕 1 + 탕수육 소(소스 포함)

⊙ 탕수육은 찍먹·부먹 모두 만족, 꾸덕한 달달 소스

⊙ 양 많고 퀄리티 균형 좋아 '가성비 세트'로 손꼽힌다.

 

이날은 혼자 방문해서 짜장면만 주문했지만 아내와 같이 오면 다시 세트 2번이다.

 

 

짜장면의 매력: 아빠가 사주던 짜장의 향수

수현성의 짜장면은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소박하다. 돼지고기, 양파 그리고 춘장이 조화롭게 섞여 진한 향을 낸다. 소스의 간은 세지 않지만 풍미는 충분하다. 소스는 윤기 있고 꾸덕꾸덕한 전통 스타일이다. 면발은 쫄깃하며 금방 삶아낸 듯 탱탱하다. 자극 없이 오래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다. 한 입 먹는 순간 '이건 그 시절 짜장이네.'라는 생각이 절로 나온다. 요즘 유행하는 매운 짜장이나 불향 짜장이 아닌 그냥 기본 짜장의 진수를 보여주는 집이다.

우드 테이블 위에 짜장면과 단문지, 양파 그리고 춘장이 놓여 있다.
짜장면

 

짬뽕은 맵지 않다, 그런데 자꾸 국물이 당긴다

대부분의 짬뽕이 매운맛 경쟁에 빠져 있지만 수현성은 정반대다. 국물은 얼큰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고, 해물과 야채의 단맛이 배어 있다. 물론 맵고 짠 짬뽕에 익숙한 사람은 처음엔 밍밍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몇 숟가락 뜨다 보면 계속 국물을 찾게 될 것이다. 해물보다 야채의 비중이 높아 깔끔하다. 이곳 짬뽕의 매력은 바로 균형감이다. 자극 없이 입안에 남는 깊은 맛이 있다.

 

 

탕수육: 꾸덕한 소스가 주인공

탕수육은 찹쌀이 아닌 전통 튀김옷이다. 찍먹이든 부먹이든 상관없이 맛있다. 튀김옷 얇고 바삭해 식어도 눅눅하지 않다. 소스는 달콤하면서도 과하지 않아 묘하게 중독성 있다. 옛날식 탕수육을 좋아한다면 100% 만족할 것이다. 수현성 탕수육은 요즘식 찹쌀탕수육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신선한 반전이다.

 

 

서비스와 분위기

이 집의 서비스는 특별히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인심이 좋다. 단무지를 넉넉히 주고 요구르트를 챙겨주는 작은 배려가 정겹다. 부부가 직접 운영해 친근하고 정겹다. 오래됐지만 청결 상태가 양호한 곳도 이곳의 장점. 가게는 작지만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점심 피크타임에는 줄이 생길 정도다.

 

 

수현성,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짜장면의 기본을 찾는 분

⊙ 자극 없는 짬뽕 국물을 좋아하는 분

⊙ 바삭한 옛날식 탕수육을 그리워하는 분

⊙ 합리적인 가격의 중식 세트를 찾는 가족

양천구 신월동 인근에서 정직한 중국집을 찾는다면 수현성은 후회 없는 선택이다.

 

 

가게 정보 요약

주소: 서울 양천구 지양로 3길 10, 2층 (신월동 986-9)

전화번호: 02-2607-5483

영업시간: 11:00~19:30 (브레이크타임 15:30~16:30, 라스트오더 19:20)

 


양천구 중국집 수현성은 요란하지 않다. 대신 꾸준하고 정직하다. 이곳의 짜장과 짬뽕 그리고 탕수육은 화려한 요리라기보다 기억 속의 맛에 가깝다.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오는 따뜻한 밥집. 짬뽕과 짜장 한 젓가락 그리고 탕수육 한 점. 이 균형감이 바로 수현성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