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은 늘 변한다. 하지만 ‘우리슈퍼’만큼은 그대로다. 해방촌 입구와 녹사평역 사이. 경리단길 언덕 한가운데에 자리한 이곳은 이름처럼 슈퍼와 맥주집의 경계를 흐린 공간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과자 진열대와 맥주 냉장고가 줄지어 있다. 이게 바로 이태원 가맥집의 원조 분위기다.
슈퍼에서 맥주 한잔
처음 이곳을 방문한 건 코로나 시기였다. 이후로 매년 한 번씩은 들르게 되는 게 나만의 루틴이 됐다. 이번에는 추석 연휴 기간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사람이 훨씬 많았다.
앞서 이야기 했듯 이곳은 해방촌 초입과 경리단길 입구 근처 위치해있다. 슈퍼마켓의 흔적을 살린 독특한 인테리어와 세계 각국 맥주를 셀프로 고르는 시스템으로 사랑 받는 곳. 낮술이나 2차 혹은 혼술 모두 어울리는 캐주얼 분위기다.
야외 테라스는 이미 만석이라 내부로 자리를 잡았다. 밖은 시끌벅적했지만 안쪽은 몇개의 좌석이 비어 있었다. 하지만 이 마저도 금방 찼다. 따뜻한 조명과 레트로한 감성. 정말 특별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맥주 고르는 재미
우리슈퍼의 가장 큰 매력은 맥주 냉장고를 직접 열어 맥주를 고른는 것. 수십 종의 세계 맥주가 줄지어 있고 일부는 마트에서도 보기 힘든 희귀 브랜드다. 피넛맥주, 과일향 맥주, 다크 에일, IPA, 스타우트까지. 직원이 도와줄 때도 있지만 기본은 셀프다. 원하는 병을 집어 계산대로 가져가면 된다. 병은 계산하면 직원이 따준다. 잔, 냅킨 등은 셀프 코너 이용를 이용하면 된다.
이번에는 쟈니 덤블링에서 점심을 먹고 바로 왔기 때문에 간단히 맥주 한 병씩만 주문했다. 아내는 스타우트 나는 Ayinger Brauweisse. 의외로 스타우트가 진하지 않았다. 라거와 흑맥주의 중간쯤 되는 밸런스였다.
맥주 가격은?
우리슈퍼의 가격대는 저렴하지 않다. 맥주 한 병이 10,000~20,000원대로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일반 수입맥주가 아니라 한정판이나 크래프트 혹은 지역 맥주 위주라서 어느 정도는 납득이 된다. 게다가 분위기와 경험을 생각하면 가격값 하는 곳이다. 아참 가격표가 없어 계산전 확인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날은 먹진 않았지만 안주는 건어물, 과자, 큐브치즈 등 간단한 구성이 대부분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맥주 값이 조금 비싸지만 기분 좋게 마신다는 그 감정이 딱 들어맞았다.
이곳의 진짜 매력은 분위기다
맥주를 마실수 있는 장소는 많지만 우리슈퍼의 분위기는 독보적이다. 슈퍼의 진열대, 각국의 맥주 라벨로 꾸민 벽면, 천장에 매달린 빈 병 그리고 살짝 어두운 조명. 이태원 특유의 자유로움이 그대로 녹아 있다. 다만 테이블 간격이 넓은 편은 아니다.
음악은 재즈, 팝, 가벼운 인디 등 날마다 다른 음악을 틀어준다. 간단히 맥주를 마시며 수다 떨기에 이보다 좋은 공간은 드물다. 손님 대부분이 가볍게 한 잔 하고 나가는 분위기라 오래 앉아도 부담이 없다.
셀프 시스템, 자유와 번거로움의 경계
우리슈퍼의 운영 방식은 철저히 셀프다. 맥주 고르기, 테이블 정리 그리고 분리수거까지 모두 직접 해야 한다. 이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자유롭고 간섭받지 않아 혼자 와도 어색하지 않다. 누가 뭐라 하지 않는 분위기. 눈치 보지 않고 한 병을 천천히 즐길 수 있는 공간. 하지만 바쁜 시간대엔 다소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낮술부터 새벽까지
운영 시간은 오후 2시경부터 새벽 2시 반쯤까지. 요일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이다. 특히 주말에는 거리 공연이 열리거나 테라스 앞에서 버스킹이 진행되기도 한단다. 브레이크타임 없어 언제가도 된다. 술집이지만 어딘가 동네 사랑방 같은 느낌이다.
운영 정보 요약
⊙ 주소: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13길 23(경리단길 입구, 해방촌과 녹사평 사이)
⊙ 영업시간: 14:00~02:30 (요일별 변동)
⊙ 주차: 불가(대중교통 이용 권장)
⊙ 인근 맛집과 코스 방문 시 2차로 이상적
맥주 한 병으로 완성되는 자유로운 이태원
우리슈퍼는 가맥집의 정석이다. 거창하지 않지만 자유롭고 편안하다. 슈퍼에서 맥주 한 병을 꺼내 마시는 것 자체가 낭만으로 느껴진다. 맥주 덕후라면 반드시 방문할 곳이다. 물론 가격이 높다. 그러나 그 가격값을 하는 곳이다. 혼술, 데이트, 외국인 친구와의 술자리 모두 어울리는 곳 많지 않다. 맥주 한 병, 과자 한 봉지 그리고 자유로운 음악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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