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바다를 보고 싶다고 고성을 방문했다. 동해 바다를 볼 수 있는 강릉, 양양, 속초 등은 두세 번 방문했지만 고성은 처음이었다. 숙소였던 르네블루 바이 쏠비치에서 차로 10분 거리. 아내가 'BTS가 앨범 촬영했던 곳이라 꼭 가야 한다'며 추천한 곳. 사실 큰 기대 없이 따라나섰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땠을까?

처음 방문한 고성의 첫인상은 '생각한 것 보다도 더 고요한데!'였다. 그런데, 이 고요했던 고성에서 쉽게 갈 수는 있지만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경치를 가진 곳이 있었다. 바로 능파대(凌波臺). 파도를 능가하는 대(臺)라는 뜻으로 파도와 바위가 오랜 세월 동안 빚어낸 조각 작품 같은 곳이다. 원래는 바위섬이었으나 세월과 함께 육지와 이어져 지금은 누구나 쉽게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육계도 형태의 해안 명소가 된 곳이다.
작지만 접근성 좋은 주차장
능파대 입구에는 소규모 주차장이 있다. 규모는 크지 않아 성수기에는 많이 붐볐을 것 같다. 하지만, 날씨가 추워진 덕분인지 일요일 오후에도 주차할 수 있었다. 만약 여기에 주차할 수 없다면 도보 3분 거리에 있는 문암해변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게다가 입장료도 없다.
차량을 세우면 바로 눈앞에 데크 계단 입구가 보인다. 계단은 건물 2~3층 정도 높이로 완만하게 이어져 있으며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다. 바다를 따라 조성된 절벽형 산책로라 올라가는 동안 시야가 시원하게 트인다.

바위의 결을 따라 걷다
계단을 오르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독특한 형태의 바위들이다. 바위 표면에 구멍이 송송 뚫려 있어 마치 치즈나 벌집을 연상시킨다. 타포니(Tafoni)라 불리는 지질 현상으로 1억 2천만 년 전 중생대 쥐라기에 형성된 화강암이 오랜 세월 풍화되며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이 조각한 듯한 곡선과 패턴이 이어진다. 해얀 절벽 바로 옆 바위 하나하나가 작품처럼 보인다. BTS가 이곳을 배경으로 앨범 사진을 찍었는지 알 것 같다.
구멍 뚫린 바위와 바다의 조화
능파대의 하이라이트는 바위 사이로 보이는 에메랄드빛 바다다. 이곳은 기다려서라도 사진을 찍어야 하는 명소다. 아내와 나도 순서를 기다리다가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관광객이 많지는 않아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다.

사진을 찍으나 바위와 질감과 하늘 그리고 바다가 하나의 프레임 안에 완벽히 담겼다. 그야말로 어디서 찍어도 인생샷이 나오는 포토존이다.
다만, 바위가 미끄럽기 때문에 조심은 해야 한다.
절벽 너머 또 다른 길
능파대의 산책로는 길지 않다. 천천히 걸으며 사진을 찍다 보면 어느새 더 이상 갈 수 없는 지점이 나온다. 이 구간은 바위도 미끄럽고 데크도 없어 바위 위로 직접 올라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다시 왔던 길을 돌아 나왔다. 처음 올랐던 계단에서 내려와 (능파대를 등지고_ 왼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평상처럼 펼쳐진 낮은 바위 지대가 나온다. 이곳은 절벽의 스릴보다는 바다와 맞닿은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멀리 작은 등대도 보이고 더 멀리에는 아파트들도 보였다.

BTS 촬영지로서의 능파대
능파대가 최근 더 유명해진 이유는 BTS가 화보집 '2021 인터 패키지'를 촬영지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멤버들이 나무 데크와 바위 사이에서 사진을 찍은 장면은 팬들 사이에서 '성지'로 불린다.

그 위치는 고성군 죽왕면 괘진길 65 인근, 능파대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데크길 구간이다.
이 덕분에 해외 팬들도 일부러 찾아온다고 한다. 이제 능파대는 지질 명소를 넘어 문화 관광지로도 자리를 잡은 것 같다. 하지만 그만큼 자연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가 강화되어 촬영 포인트 대부분은 지정된 데크 위에서만 접근이 가능하다.
능파대는 1억 년 전 바위가 지금의 바다와 만나 만들어낸 형태다. 짧은 산책로지만 그 안에서 자연과 시간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능파대는 누군가에겐 성지고 또 누군가에겐 여행의 쉼표가 되는 장소인 것 같다. BTS 덕분에 오긴 했지만 그 이상으로 좋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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