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무주 1박 2일 여행을 갔다. 아내의 대전 일정 이후에 무주로 향했다. 생각보다 일이 늦게 끝나 어둑해질 때쯤 도착했다. 모든 일정은 즉흥적이었다. 하지만 꽤나 알찬 무주 1박 2일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무주 24 시간아다. 24시간 어디를 돌아다녔는지 지금부터 읊어보려 한다.

막걸리로 시작하는 무주
무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기울어 있었다. 첫 일정은 무주구천양조장과 카페 마실. 양조장은 이미 문을 닫았지만 바로 옆 카페 마실에서 막걸리를 살 수 있었다. 카페 마실의 시그니처는 막치노. 막걸리 스무디다. 하지만 우린 막거리만 사들고 호텔로 갔다. 천마가 들어간 천탁주 레드(12도)와 사과탁주(6도) 한 병씩.

오늘 밤, 호텔에서 마실 생각에 이미 기분이 좋아진다.
하나로마트 잠깐 들르기
숙소로 가기 전 하나로마트 구천동농협리조트점에 들렀다. 호텔 주변에는 뭐가 있는지 몰라 미리 맥주와 간식을 챙겼다. 티롤 호텔로 올라가는 길은 생각보다 한적했다. 스키 시즌이 아니어서 문 닫은 가게가 많았다. 금세 어두워진 탓에 더 조용한 듯 느껴졌다.
Cafe PLACE64의 수제 케이크
호텔로 향하는 길목에 두 번째로 들린 곳 카페 Place64다. 건물 1층 유리창으로 새어 나오는 따뜻한 불빛이 더 돋보였다. 무주에 이런 감성 카페가 있을 줄은 몰랐다. 이곳은 커피보다 케이크가 유명한 듯하다. 수제로 만든 컵케익은 맛을 보기 전부터 기분이 좋다. 핼러윈 시즌을 겨냥한 마녀와 호박 컵케익은 정말 앙증맞았다. 이곳에서는 마녀와 생일을 기념한 happy day! 컵케익을 샀다.

알프스풍 숙소, 티롤 호텔
어둠이 내려앉을 즈음 도착한 숙소는 무주 티롤 호텔. 입구의 사슴 조명이 반짝이고 있었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온통 나무로 인테리어를 해놨다. 알프스풍 산장 콘셉트답다.

객실은 넓었고 옛 감성이 묻어나는 커튼형 욕실이 인상적이었다. 냉장고에 아까 산 막걸리 두 병과 케이크를 넣고 짐을 풀었다. 밤에는 조용했다. 주변엔 편의점과 편의시설도 일찍 닫아 오는 길에 마트를 들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둡고 조용한 곳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아 좋았다.

저녁은 무주 미담 본점
호텔에서 차로 5분 거리. 물소리가 들리는 골목. 간판 불빛을 빛나는 무주 미담 본점에 도착했다. 한우와 흑돼지를 다루는 무주의 대표 고깃집. 대통령도 다녀갔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주문한 메뉴는 한우 반판과 촌돼지 쫀득살.

무쇠판 위에 소지방을 녹이고 고기를 올리니 기름이 지글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고기는 고소했고 쫀득살은 이름값 그대로였다. 껍데기를 좋아하는 아내는 특히 만족스러워했다.

이곳에서의 저녁은 여행의 메인이벤트였다.
둘째 날, 설천호의 고요
아침 햇살이 유리창을 뚫고 들어왔다. 체크아웃 후 곤돌라 대신 설천호로 향했다. 무주 리조트 중심에 있는 작은 호수지만 풍경은 크다. 아직 단풍이 많이 들진 않았지만 가을이 느껴졌다. 길이 1.1km 정도 천천히 걸어도 25분이면 충분하다. 호수 끝에 있는 노랗게 물든 갈대밭이 가을이 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이곳이 좋았던 것은 우리 말고 아무도 없었던 것. 마치 호수를 통째로 빌린 기분이었다.
사과 향이 가득한 치마골 농원
설천호에서 내려와 도로를 타고 10분쯤 달다 사과를 팔고 있는 농원을 발견했다. 치마골 사과농원. 차량 2대가 서있길래 우리도 차를 세웠다.

무주는 사과로 유명하다. 부사 한 박스를 샀다. 달고 단단한 과육, 향이 진했다. 만약 무주에서 농원에서 사과를 파는 모습을 본다면 차를 세우고 구경하길 권한다.
점심은 무주돌짬뽕
이름부터 강렬한 무주돌짬뽕. 2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쓴 맛집답게 주차장부터 차량이 많다. 이곳은 1층 대기실을 카페처럼 꾸며 놓았다. 키오스크로 대기를 요청하고 순서가 오길 기다렸다. 카카오톡으로 2층으로 올라오라는 안내를 받고 올라갔다.

테이블에 있는 태블릿으로 무주돌돌짬뽕 주문했다. 돌판 위에서 볶아내는 짬뽕이 나온다. 통오징어 한 마리가 그대로 들어간 비주얼에 감탄. 첫 입은 꽤나 맵지만, 그게 바로 이 집의 매력이다. 남은 양념에 셀프 코너의 밥과 김가루 그리고 참기름을 넣어 볶음밥을 만들면 완벽한 마무리. ‘배가 불러도 멈출 수 없는 맛’이라는 표현이 딱 맞았다.

머루 와인 동굴, 달콤한 쉼표
점심 후엔 무주 머루 와인 동굴로 향했다. 적상산 자락에 자리한 270m 길이의 동굴 안은 연중 13도 내외. 서늘한 공기 속을 걷다 보면 포토존과 시음장이 나온다. 시음 와인은 세 가지, 붉은 진주, 마지끄 무주, 샤또 무주 스위트.

달콤한 맛이 입안에 퍼지면서 동굴의 냉기가 와인 향을 더 살려줬다. 하지만 드라이를 좋아해서 샤또 무주 드라이를 한 병 샀다. 가격 메리트는 크지 않지만 이 분위기 속에서 사는 와인 한 병은 그 자체로 추억이다.
카페 무심원, 무주의 낮과 밤
머루 와인 동굴에서 차로 25분 거리, 산자락 끝에 위치한 카페 무심원. 백운산 생태관을 리노베이션을 통해 감각적인 카페로 재탄생시킨 곳. 외관은 여전히 생태관의 흔적을 품고 있지만 내부는 전혀 다르다. 작은 나무 숲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낮과 밤의 전환. 20분 동안은 밤. 10분은 낮이 된다. 시간에 맞춰 커튼이 개폐되고 조명의 조도가 조절된다. 밤이 낮보다 좋은 곳. 밤에는 반딧불이들이 있는 것처럼 조명들이 세팅되어 있다.

여행의 마무리, 반딧불이 시장
서울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코스는 무주 반딧불이 시장. 장날은 이미 끝나 있었지만 몇몇 가게는 여전히 문을 열고 있었다. 순대국밥 한 그릇으로 늦은 이른 저녁을 대신하고 시장을 돌았다. 사장님이 직접 키운 샤인머스캣과 자두를 구매했다. 다만, 이 시장의 명물 중 하나인 천마 찹쌀 꽈배기는 먹지 못해 아쉽다.

이번 무주 여행은 화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24시간 동안 느끼고 즐긴 것들이 많았다. 막걸리의 쌉쌀함, 고기의 풍미, 호수의 바람, 감각적인 카페 그리고 사과의 향기까지. 짧지만 완벽하게 무주다운 하루였다. 짧지만 꽤나 알찬 무주 1박 2일이었다. 다시 온다면 덕유산 곤돌라도 한번 타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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