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케이크를 사고 호텔에 도착하니 슬슬 배가 고파졌다. 시내까지 나가긴 너무 어두워서 아까 지나쳤던 카페 플레이스64 근처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생일이니까 소고기 어때?' 아내의 제안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찾아간 곳이 무주 미담 본점. 호텔에서 차로 5분 남짓 내려가면 보인다. 길이 단순한 외길이라 찾기 어렵지 않다.

주차장에 차를 대자마자 들려오는 졸졸 물소리. 알고 보니 가게 옆으로 개천이 흐르고 있었다. 이 도로는 양방향 사이에 개천이 있어 바로 반대편으로 갈 수 없고 작은 다리를 통해 건너야 한다. 그 개천 옆에 자리 잡은 고깃집 그게 바로 미담이다. 밤이라 풍경은 잘 안 보였지만 물소리 덕분에 이미 분위기가 완성됐다.

입장부터 북적북적
문을 열자 예상과 달리 꽤 많은 손님이 있었다. 전체 좌석의 70%는 이미 찼고 단체 손님도 보였다. 정적보단 활기, 조용한 식사를 원한다면 다른 곳을 택해야 할 듯했다. 하지만 나는 그 소란스러움이 나쁘지 않았다. 왠지 '여기 맛집이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내부는 전형적인 고깃집 분위기지만 디테일이 다르다. 목재 벽면과 마루 바닥 그리고 은은한 조명 덕분에 아주 살짝 산장 느낌이 났다. 덕유산 근처라는 지리적 분위기를 살린 인테리어랄까. 벽에는 유명인들의 사인도 가득 붙어 있었다. 알고 보니 대통령 방문 경력까지 있는 무주 대표 맛집이라 했다.

메뉴판을 펼치며 드는 첫인상
메뉴 가격은 저렴하진 않다. 한우 등심 100g에 48,000원. 따로 등급 표시가 없다. 그래서 고기 등급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여행 중의 기분 좋은 사치라고 생각하며 주문했다.

직원 추천으로 한우 구이 반판(400g)과 함께 촌돼지 쫀득살을 주문했다. 이름부터 낯설었다. 물어보니 돼지 목덜미살로 쫀득한 식감이 특징이라고 했다. 오겹살 대신 새로운 부위를 먹어보자는 마음으로 결정.

더덕 동동주가 있어 맛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패스했다. 호텔에서 택시가 잡힐 것 같지 않아 자차로 방문했으니깐

바빠도 할 건 하는
정신없을 만큼 손님이 많았는데도 반찬은 순서대로 착착 나왔다. 묵, 양파절임, 나물무침, 갓김치, 쌈채소, 마늘까지 구성은 평범했지만 신선했다. 다만 직원들이 바빠서 질문 하나 하기도 조심스러웠다. 대답도 단답형. 서비스에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고깃집에선 결국 고기가 맛있으면 용서된다는 불문율이 있지 않던가.

드디어 고기 등장
주문한 고기와 함께 소지방이 나왔다. 무쇠 팬에 소지방을 녹여 기름을 내고 고기를 구우라는 뜻이었다. 이런 디테일이 마음에 들었다.

한우 구이는 등심과 차돌 그리고 구이에 적당한 두 가지 부위가 함께 나왔다. 마블링이 곱게 퍼져 있었다. 불판 위에 올리자 육즙이 고르게 돌며 구워졌다. 과하게 익히지 않고 기름기만 살짝 녹일 정도로 구워 입에 넣었다. 솔직히 입에서 살살 녹는다 수준은 아니었지만 고소하고 담백했다.

쫀득살은 이름값을 했다. 돼지고기인데 껍데기처럼 쫀쫀한 식감. 삼겹살의 부드러움 대신 탄탄한 씹는 맛이 인상적이었다. 삼겹살을 좋아하는 나는 약간 아쉬웠지만 껍데기를 좋아하는 아내는 완전 만족. 서로 다른 입맛을 만족시켰으니 성공적인 선택이었다.
미담의 진짜 인기 비결
사실 미담이 유명한 이유는 단순한 고기 맛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은 제주 난축맛돈 흑돼지를 비롯해 자연산 능이버섯전골까지 다루는 곳이라고 한다. 흑돼지의 진한 풍미와 버섯전골의 구수함을 함께 즐기는 조합이 특히 인기라고. 무주 덕유산리조트에서 차로 5분 거리라 스키나 트레킹 후 들르기에도 완벽한 위치다.
고기를 다 먹고 추가 주문은 하지 않았다. 우리 부부의 불문율. 딱 고기만 먹고 빠지기. 과하게 후식까지 욕심내면 후회하기 마련이다. 식당을 나서는데, 밤공기와 고기 냄새가 섞여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캄캄한 개천 옆 조명 아래로 반짝이던 간판 미담. 무주 미담은 그 이름처럼 입에 담기 좋은 식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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