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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landscape

무주 반딧불 시장 탐방: 원조 소문난 시골 순대 국밥, 천마 찹쌀 꽈배기, 사과

무주 여행의 둘째 날 향한 곳은 무주 반딧불 시장이었다. 어딜 가든 전통시장은 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사람 사는 냄새, 기름 냄새, 구수한 국물 냄새가 한데 섞인 공간. 마침 방문일이 11월 1일. 5일장이 열린 날이었다. 무주 반딧불 시장은 매달 1일과 6일에 오일장이 선다. 하지만 예상했던 활기는 조금 달랐다. 점심을 지나 오후 늦게 도착했더니 이미 문을 닫은 상인들이 많았다. 약간의 썰렁함이 느껴졌다. 그래도 야시장을 준비하는 부스들이 하나둘 불을 켜고 있었다. 낮에는 조용했지만 밤엔 다시 북적일 것 같은 예감.

무주반딧불시장이라는 안내가 보이고 그 뒤로 돔형태의 천막이 보인다.
무주 반딧불


오래된 시장의 이름 반딧불

무주 반딧불 시장은 이름부터 따뜻하다. 원래는 무주시장이었지만 2002년 현대화 사업을 거치며 무주의 상징인 반딧불에서 이름을 따왔다. 1890년대부터 이어진 역사를 지닌 만큼 무주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공간이다. 시장은 크진 않지만 무주 덕유산과 반딧불 축제 그리고 지역 농산물의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한단다.

 

 

순대국밥으로 시작한 시장의 맛

시장 탐방의 첫 코스는 순대국밥집이었다. 이곳에는 국밥집이 두 곳 있는데 그중 3대째 이어온 75년 전통이라는 간판이 붙은 '원조 소문난 시골 순대 국밥'으로 향했다.

오래된 간판에 소문난 시골순대국밥이라는 간판이 있다. 그 앞에는 큰 솥 두 개가 보인다.
순대국밥집

 

이미 점심을 먹은 상태라 하나만 주문했는데, 직원이 '하나요?'라고 되물었다. '네, 하나요.' 조금 미안했지만 그 한 그릇이 여행 마지막의 훌륭한 마무리가 됐다.순대를 삶는 곳이 가게 밖에 따로 마련돼 있었다. 밖에서 순대를 뚝배기 안에 썰어 놓고 다시 안으로 가져가 국밥을 끓였다.

모자를 쓴 사장님이 순대를 썰어 뚝배기에 담고 있다. 직원 그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주문한 국밥을 준비 중인 사장님과 직원

 

드디어 나온 순대국밥. 푸짐한 뚝배기엔 빨간 다진 양념이 올려져 있고 국물 속에는 선지로 꽉 찬 피순대가 자리했다. 한입 떠먹자 뜨거운 김이 확 올라왔다. 맛은 짭짤하고 매콤하다. '아, 여긴 전라도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혀끝에서 짠맛과 매운맛이 함께 치고 들어온다. 배가 부르지 않았다면 아마 다른 메뉴도 시켰을 것이다.

김이나는 국밥에 빨간 다진 양념이 올라가 있다. 순대가 중간 중간 보인다.
푸짐한 뚝배기

 

다진 양념을 푼 순대 국밥. 순대 하나를 숟가락에 올려 놨다.
피순대

꽈배기와 도너츠의 유혹

시장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천마 찹쌀 꽈배기도너츠로 유명한 가게가 있다. 무주 천마가루를 넣어 만든 꽈배기는 이 시장의 명물이다. 기름 냄새가 은근히 풍겨오는데 도넛츠와 꽈배기는 이미 품절. 새로 튀기고 있었다. 하지만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서울까지 운전해야 해서 기다리지 못한 게 지금도 아쉽다.

꽈배기집 앞에 손님 한명이 기다리고 있다. 창문에는 TV 출연 장면이 붙어있다.
천마 찹쌀 도넛츠 꽈배기.

 

느리지만 따뜻하게

시장은 오후라 한산했지만 그 덕분에 오히려 여유가 있었다. 무주 반딧불 상인 대부분은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들고 나온다. 흙냄새가 그대로 묻은 고구마, 달큼한 머루, 향긋한 약초까지.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진짜 농산물들이다.

 

시장 과일 가게에서 포도와 자두를 샀다. 샤인머스켓이 2kg에 만 원 너무너무 저렴해서 망설임 없이 구입했다. 과일 가게 사장님은 '직접 재배한 거예요'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웃었다.

 

 

오래된 시장이 전하는 감정

무주 반딧불 시장의 풍경은 화려하진 않았다. 대형마트처럼 깔끔하지도, 카페거리처럼 세련되지도 않다. 하지만 그 안에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향기가 있다. 순대국밥집의 김, 꽈배기 가게의 기름냄새, 농산물의 흙냄새까지. 모든 것이 사람 냄새로 이어진다.

 

야시장 시즌(5~9월)에 오면 음악 공연과 불빛이 더해져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가을의 시장은 고요했지만 그 고요 속에서 느껴지는 진심은 따뜻했다.

 

 

 

별첨. 사과 한 박스, 여행의 여운

아참 사과를 산 이야기도 짧게 해 보자. 아침 호텔에서 빠져나올 때 사과를 샀다. 사과는 무주의 대표 특산물 중 하나다. 도로를 달릴 때 사과밭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호텔에서 무주돌짬뽕을 먹으러 먹으러 가는 길에 사과를 파는 농원이 있었다. 치마골 농원 앞에서 차를 멈췄다. 사과의 품종은 부사. 박스째 사서 아직도 먹고 있다.

사과밭. 사과 나무가 일렬로 쭉 놓여있다. 각 사과나무는 쇠파이프로 지탱시켜놓고 있다.
사과밭

 

 

차미골 농원에서는 비닐 하우스에서 사과를 크기별로 분류 중이었다. 방금 딴 사과를 판다는 것을 신뢰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비닐 하우스 안 사과 선별 기계가 돌아가고 두 명의 직원이 박스에 사과를 담고 있다.
사과 선별하는 모습

 

 

달콤함이 진하고 과육이 단단해 씹는 맛이 좋다. 무주의 기후 덕분인지 당도가 높고 향도 깊다. 농장에서 바로 산 사과는 마트에서 사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게 바로 지방 여행의 진짜 보람 아닐까.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 사는 현장에서 만나는 진짜 맛.

판매 중인 사과 박스들이 보인다. 스티로폴에 정성껏 놓은 사과와 박스에 그냥 넣은 사과 두 종
판매 중인 사과

 

무주에서 운전하다 사과를 파는 농원을 만나면 차를 멈추고 둘러보길 바란다. 

 


서울로 오면서 오늘 마지막 코스가 이 시장이라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화려하지 않아도 맛과 온기가 있는 곳무주 반딧불 시장은 그런 공간이었다. 무주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일정 중 하루는 꼭 장날에 맞춰보자. 순대국밥 한 그릇, 꽈배기 한입 그리고 농장에서 직접 딴 과일까지. 그게 이 여행의 가장 완벽한 기념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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