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조금 색다른 국내 여행지를 소개할까 해. 바로 무주리조트 안에 있는 호텔 티롤 이야기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시간이 멈춘 산장.' 이 호텔은 알프스풍 목재 인테리어에 묘하게 낭만적인 정서를 머금고 있다. 누구와 가도 좋은 곳이지만 특히 예전의 감성에 젖고 싶은 사람이라면 강력 추천하는 숙소다.

무주까지의 여정과 첫인상
무주에 도착한 뒤 카페마실에서 막걸리를 사 들고 호텔로 향했다. 하나로마트 구천동농협리조트점(※하나로마트 구천동농협구천지점 아님)에 들러 간단한 안주거리도 챙겼다. 호텔로 올라가는 길은 제법 외진 느낌이었다. 곳곳에 보이는 카페나 음식점은 보였지만 사람이 많지는 않아 보였다. 스키 대여점들은 스키 비시즌이라 그런지 대부분 닫혀 있었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니 이미 어두워졌고 크리스마스를 앞둔 듯 사슴 조명이 반짝였다. 컴컴한 밤에 조명을 두른 사슴이 있는 듯했다.

이름값 하는 알프스 감성
호텔 티롤은 1997년 문을 연 4성급 호텔로 오스트리아 티롤 지방의 알프스풍 산장 스타일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외관부터 내부까지 목재 구조물로 이루어져 있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나무향이 나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인테리어에 목재 비중이 높았다.

가장 인상적인 건 2층으로 올라가는 커다란 계단. 영화에서 귀족들이 등장할 법한 구조다. 실내 곳곳엔 오스트리아에서 가져온 골동품과 앤티크 가구들이 있다.

객실 분위기와 편의성
객실 문을 열자 넉넉한 공간이 펼쳐진다. 침대 외에도 짐을 두고도 남을 만큼 여유롭고 미니바에는 음료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카페 마실에서 산 막걸리를 넣기 위해 미니바 냉장고를 비웠다. (요즘 미니바를 가득 채워놓는 곳도 많지는 않은데...)

욕실도 옛 감성이 살아 있다. 요즘 트렌드인 유리 벽이나 반투명 샤워부스 대신 커튼과 욕조가 있는 전형적인 옛날 호텔 구조다. 클래식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불편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독특한 경험이다.

이곳의 재미있는 점은 이불과 베개. 이불은 여느 호텔처럼 펼쳐 놓지 않고 반으로 접어 놓았다. 베개는 세로로 세워놨다. 왜지?

또한, 조명 스위치가 모두 나무(혹은 모양)로 된 것도 재미있었다. 콘셉트를 살리기 위해 작은 디테일도 신경 쓴 모습이다. 다만, 옛날 지은 건물답게 콘센트가 별로 없다. 전자기기를 많이 사용한다면 별도의 어댑터를 가져오는 게 좋을 듯하다.
밤의 티롤과 아쉬움
밖을 나가 주변을 둘러봤지만 밤에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편의점과 치킨집 정도가 문을 열었고 와인 갤러리나 국밥집은 이미 영업 종료. 리조트 안이 생각보다 어두워서 산책도 조심스러웠다. 숙소로 돌아와 창밖을 보니 마운틴뷰라고 하기엔 하나도 보이는 게 없었다.

마운틴 뷰보다는 호수
아침에 일어나니 창밖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마운틴 뷰라기보다 스키장 뷰가 더 어울리는 풍경. 리프트와 잔디 스키장이 보였다. 좀 더 나무로 빽빽한 풍경을 기대했다면 실망할지 모른다. 하지만 겨울철 눈 쌓인 슬로프를 내려오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체크아웃 후 나가는데 차량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었다. 덕유산 곤돌라를 타기 위함. 우리는 곤돌라 대신 설천호로 향했다. 리조트 내에 있는 작은 호수인데 1.1km 정도로 둘레길이 조성돼 있다. 걷기 편한 길이고, 약 25분이면 한 바퀴 돌 수 있다. 아무도 없는 시간대에 아내와 단둘이 걷는 길은 의외로 낭만적이었다. 설천호는 거창하지 않지만 조용하고 한적하고 딱 적당한 힐링 코스다.

호텔 티롤은 단점도 분명 있다. 겨울 시즌이 아니면 주변 편의시설도 거의 멈춘 상태다. 밤에는 즐길 게 별로 없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오히려 이 호텔의 정체성이 아닐까 싶다. 시간을 잊고 쉬기 좋은 공간이다. 알프스 감성, 곳곳에 보이는 나무 인테리어, 넓은 객실, 고풍스러운 인테리어. 그리고 조용한 산속에서 맞는 아침까지. 어느 것 하나 요란하지 않지만 기억에는 오래 남는 그런 호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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