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금요일 저녁 원주의 거리는 잔잔했다. 자유시장과 시민전통시장에서 분식을 잔뜩 먹고 나니 저녁은 생략해도 될 듯했지만 ‘이왕 원주까지 왔는데, 막걸리 한 잔은 해야지.’ 그렇게 향한 곳이 바로 원주 명륜미술관이다. 이름만 들으면 갤러리 같지만 감각적인 전통주 전문점이다.

명륜동의 이색 공간
명륜미술관은 원주 명륜동에 자리한 전통주 전문 주점이다. 입구 계단에는 눈에 익은 미술 작품이 걸려 있어 ‘정말 술집 맞아?’ 싶다.

하지만 1층과 2층 계단 사이에 놓인 술병들이 이곳이 술에 진심인 주점임을 알려준다.

2층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깔끔하고 세련된 술집 분위기가 반긴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적절한 공간. 조명은 따뜻하고 천장과 바닥은 노출 콘크리트로 꾸며진 인더스트리얼 감성. 무겁지 않으면서도 조용히 술 한잔 하기 좋은 공간이었다.

첫 주문: 백련 막걸리와 도토리묵
비어있는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봤다. 이곳에 온 이유가 막걸리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 골랐다. 음, 막걸리의 종류는 많지만 8도 이상의 고도수 막걸리는 없는 건 아쉬웠다. 마셔보지 못한 백련 막걸리로 주문했다. 배가 부른 탓에 안주는 가볍게 도토리묵으로 선택했다.
사장님은 백련 막걸리를 치악산 막걸거리 정도의 단맛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치악산 막걸리도 먹어보지 못해 맛이 가늠이 안 갔다. 특이했던 것 막걸리를 사장님이 직접 오픈해 준다는 것. 맑은 막걸리를 마시는지 물어봐서 아니라고 답하니 뒤집어 흔든 다음 직접 오픈해 주셨다.

막걸리는 탄산이 적었다. 요구르트 같은 산미나 단맛도 적었다. 은은한 곡물의 풍미가 중심인 막걸리다. 즐기는 유형의 막걸리는 아니지만 자극이 없어 계속 마실 수 있는 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주로 나온 도토리묵은 심플했다. 매운맛이 강하지 않고 신맛과 간장의 밸런스가 적절했다. 과하지 않은 양념이 막걸리의 풍미를 해치지 않았다. 막걸리 한 모금에 도토리묵 한 젓가락. , 비 오는 날의 완벽한 조합이었다.

두 번째 잔: '살맛나네' 막걸리
5 ~6도의 막걸리는 술술 넘어간다는 단점이 있다. 도토리묵을 다 먹기 전 막걸리 한 병을 다 마셨다. 막걸리를 추가로 주문하려고 했는데 딱히 먹고 싶은 막걸리가 없다. 그래서 아내가 사장님을 찾아가 추천을 요청했다.
사장님과 아내의 대화가 끝난 후 사장님은 메뉴판에 없는 막걸리를 가져다주셨다. '살맛나네' 8도짜리 막걸리. 아마 그때그때 들어오는 막걸리가 있는데 메뉴판에 추가하지 못한 듯했다.

첫 향부터 달랐다. 바나나와 사과향이 동시에 퍼지며 달콤한 인상을 준다. 질감은 걸쭉하고 부드럽고 단맛과 고소함이 함께 돈다. 이름처럼 ‘살맛 나는 맛’이라는 표현이 절묘하게 맞았다. 식사 후 디저트처럼 마시기 좋은 막걸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산미가 높지 않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막걸리라는 생각을 했다.
일반 정보
⊙ 주소: 강원 원주시 남원로 647번 길 14, 2층
⊙ 영업시간: 월~목 17:30~24:00 / 금·토 17:30~01:00 (일요일 휴무)
⊙ 특징: 전통주 55종 이상, 감성적인 분위기, 다양한 안주류 제공
⊙ 추천 방문 시간: 저녁 7시 이후, 조용히 즐기기 좋은 시간대
⊙ 병당 가격 4천~2만 4천 원대, 합리적 구성
⊙ 지역 막걸리부터 고급 증류주까지 폭넓은 선택지
명륜 미술관에는 다양한 전통주들이 준비되어 있다. 막걸리뿐만 아니라 청주나 약주 그리고 고도수 소주가 라인업 되어 있다. 다만 고도수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8도 이상의 고도수 막걸리가 한 종밖에 없는 건 아쉬웠다. 자극적이지 않은 안주도 페어링 하기 좋아 보였다. 술을 즐기는 사람도 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곳에서는 술을 즐길 수 있다. 술자체가 맛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원주 1박 2일 여행기 관련 글 더 보기
'Korea Food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중앙막국수 신림점: 원주에서 마지막 한 끼 (0) | 2025.10.27 |
|---|---|
| 12월의 양조장 , 영농조합법인 쌀로술쌀로초 방문기 (1) | 2025.10.26 |
| 원주 시민전통시장 ‘원주 김치 만두’: 3대 원주 만두 (0) | 2025.10.24 |
| 미로예술 원주 중앙시장 ‘어머니 손 칼국수’: 세월과 정성이 녹아있는 곳 (0) | 2025.10.23 |
| 원주 자유시장 지하 1층, 똘이 떡볶이와 강릉집: 인정 넘친 푸짐한 점심 한 끼 (0) | 2025.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