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전 아내가 원주에 일이 있어 아침 일찍 원주로 향했다. 스타벅스(원주반곡 DT점)에서 커피를 마시며 아내의 일이 끝나길 기다렸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 아내의 일이 끝났다. 원주에서 첫 끼는 자유 시장 지하 1층에 위치한 똘이 떡볶이와 강릉집이다. 로컬 시장의 맛집은 얼마나 맛있을까?
자유시장 내 붐비는 단 두 곳.
1965년에 문을 연 원주 자유시장은 처음엔 양키시장이라 불렸다고 한다. 미군 물자가 거래되던 시절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지금은 완전한 생활형 재래시장이다. 음식점은 지하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오후 한 시지만 지하 1층은 한 가했다. 단 두 곳만 빼고. 똘이 떡볶이와 강릉집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똘이 떡볶이
강릉집은 자리가 없어 먼저 똘이 떡볶이에 들어갔다. 이곳도 처음엔 자리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식사를 할 수 있는 추가 공간이 있었다. 그 추가 좌석으로 안내받아 착석했다.
메뉴는 단출했다. 떡볶이, 튀김범벅, 떡튀김 정도. 사이드로 김밥과 오징어튀김, 어묵 등도 있긴 하다. 강릉집에서 순대를 먹을 예정이라 떡튀김(떡볶이 & 튀김범벅) 1인분만 주문했다.
두 명이 와서 1인분만 주문했는데도 친절하게 응대해 주었다. 어묵 1개가 들어있는 어묵국물은 인원수 대로 주었다. 곧이어 나온 떡볶이의 첫인상은 조금 낯설었다. 양념이 닭강정 소스처럼 점성이 있었고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먹는 순간 짠맛과 신맛이 먼저 느껴지고 단맛은 한 템포 늦게 올라왔다. 단맛이 적은 탓에 짠맛과 신맛이 잘 느껴지는 양념이었다. 서울에서 흔히 먹던 달달한 분식집 양념과는 전혀 달랐다.
아내는 ‘이거 맛있다’ 며 먹었고 나는 ‘특이하네’라며 젓가락질했다. ‘특이하다’와 ‘맛있다’의 경계선 위에서 접시는 금세 비워졌다.
강릉집
떡볶이 먹고 다시 강릉집으로 향했다. 운 좋게도 구석 두 자리가 비어 있었다. 중앙 조리대를 중심으로 바 형태의 테이블이 'ㄴ'자로 둘러싸인 구조다. 한눈에 봐도 오랜 세월 한자리에서 순대를 썰어온 주인장의 손놀림이 느껴졌다.
손님 대부분이 국밥을 먹고 있었지만, 이미 떡볶이로 배를 채웠기에 순대만 주문했다. 주문 즉시 썰어내는 수제 순대다. 서비스로 순댓국 국물을 주셨다. 국물은 사골 베이스였다. 다대기 간을 조절해서 먹으니 맛있었다. 순대 한 접시가 나왔는데 양이 놀라웠다. 9,000원짜리 순대인데 적어도 3인분은 되어 보였다. 깍두기와 새우젓 그리로 소금이 함께 제공된다.
쫀득한 식감의 순대는 찹쌀과 당면, 돼지고기, 야채가 적절히 섞인 스타일. 잡내가 전혀 없고 식감이 탄탄했다. 사실 아주 살짝 퍽퍽한 감은 있었다. 아마 순대 국밥에 맞춰진 듯하다. 순대가 국밥에 충분히 적셔지면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다른 분들이 다 국밥을 드시는 이유가 있는 듯 보였다. 국밥을 주문하지 않은 게 아쉬웠다. 하지만 순대 만으로도 배가 차서 더 이상 먹을 수는 없었다.
앉아 있는 동안 손님들이 계속 왔다. 자리가 많지 않아 기다리는 건 상수. 다행히 회전율도 빨라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듯했다. 관광객보다 현지사람들이 많은 듯했다. 현지인들의 맛집 강릉집이었다.
기본 정보
⊙ 위치: 원주 자유시장 지하 1층 (똘이 떡볶이: 16-1, 16-2. 16-3. 16-4, 강릉집 8-1호)
⊙ 영업시간: 09:00~20:00 (일요일 휴무)
⊙ 자유시장 공영주차장 1시간 무료
⊙ 점심시간엔 대기 필수, 오후 3시 이후 한산
원주에서의 첫 끼는 똘이 떡볶이와 강릉집. 똘이 떡볶이는 기억에 남는 양념이 강릉집은 탱글한 순대가 매력적이었다. 두 곳 모두 오랜 세월 같은 자리를 지켜온 로컬 맛집이다. 게다가 가격 대비 만족도 높은 현지인들도 많이 찾는 맛집.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할까? 다만 강릉집 순대국밥을 맛보지 못한 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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