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중요한 건 역시 밥이다. 관광도 좋지만 하루를 마무리하거나 다음 일정을 시작하려면 제대로 된 한 끼가 필요하다. 발리는 선택지가 다양했다. 전통 발리 음식부터 대만식 딤섬이나 햄버거 같은 캐주얼 푸드까지. 이번 글에서는 지역별로 방문했던 식당들을 정리해 봤다. 솔직하게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그대로 적었다.
짱구: 더위 속에서 시원한 에어컨
Naked Bun
발리의 짱구는 매우 더웠다. 뜨거운 태양아래에서 Love Anchor와 Deus Ex Machina에서 쇼핑을 하니 열사병이라도 걸릴 것 같았다. 근처에 보이는 피자집에 급하게 들어갔다. 그런데 그곳은 비건 식당. 우리 부부와는 맞지 않는다. 빠르게 검색 후 찾은 곳이 Naked Bun.
들어서자마자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와서 그 자체로 만족. 매장은 노출 시멘트로 벽면과 바닥을 마감해 인더스트리얼 느낌이 강했다. 발리도 인테리어에 꽤나 신경 쓰는 모습이다.
햄버거는 일반 햄버거와 치즈 햄버거를 주문했다. 치즈를 별도 용기에 주어서 부어 먹는 구조. 치즈를 넉넉히 주어 흘러넘치게 해서 먹을 수 있었다. 말해 배가 고팠던 탓인지 한국에서 먹던 치즈버거보다 훨씬 맛있었다. 발리에서 유일하게 먹은 햄버거라 비주얼도 맛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사진 찍기도 좋고 맛도 좋은 곳,
■ 위치: Naked Bun(Echo Beach)
스미냑: 세계 음식과 발리 전통
Papa Lee’s Taiwan noodle & dumplings 台灣人的店
재즈 라이브 공연을 보러 갔는데 그곳이 문을 열지 않았다. 그래서 급하게 들어간 곳이 Papa Lee’s. 이름부터 특이해 기억에 남는다.
딤섬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에게는 의외의 행운이었다. 만두와 국수 모두 훌륭했다. 특히 직접 빚은 만두피와 육즙 가득한 샤오롱바오는 깜짝 놀랄 정도였다.
알고 보니 창업자가 대만 출신. 발리에 반해 정착하며 아버지 이름을 따서 이곳을 열었다고 한다. 이런 스토리 때문에 머리와 혀가 기억하는 곳이다. 계획에 없던 선택이 최고의 저녁이 된 순간.
Warung Nia Balinese Food & Pork Ribs
The Flea Market 바로 옆이라 쇼핑을 끝내고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이름처럼 발리 전통 돼지갈비와 꼬치구이가 유명하다. 꼬치구이와 폭립 그리고 옥수수 구이를 주문했는데 맥주와 함께하니 만족스러웠다. 아주 고급스러운 맛은 아니지만 적당히 맛있고 편안했다. 관광객이 많아 소통도 수월했다. 발리 전통품 쇼핑과 음식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곳이었다.
■ 위치
Papa Lees Taiwan noodle & dumplings 台灣人的店(Jl. Raya Seminyak)
Warung Nia Balinese Food & Pork Ribs(Kayu Aya Square)
꾸따: 해산물과 두리안의 이색 경험
Marina Bali Seafood
아내가 고른 곳. 발리에 왔으니 해산물을 먹어야 한다며 랍스터를 먹으러 가자 했다.
직접 수조에서 고른 걸 바로 요리해 주니 신선도는 확실했다. 그런데 비주얼은 알던 랍스터가 아니었다. 집게발이 없어서 큰 새우 같았다. 순간 '이거 랍스터 맞아?' 싶었지만 맛은 랍스터의 맛.
발리 치고는 가격이 저렴하진 않았지만 한국에서 이 정도를 먹으려면 지갑이 텅 빌 게 뻔하다. 가성비 좋은 한 끼였다. 해산물을 푸짐하게 즐긴 기억이 남는다.
House of Durian Bali
7월은 두리안 철이 아니라 쇼핑몰이나 마트에서 구매할 수 없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
이곳에도 대부분 냉동 두리안. 다행히 생두리안 몇 통 남아 있었다. 아내는 작은 통을 골라 행복하게 다 먹었다. 나는 냄새 때문에 손도 못 댔지만 행복해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단점은 호텔에 가져갈 수 없다는 것. 구매한 건 다 그 자리에서 먹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두리안 가격을 생각하면 이 정도 불편은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두리안을 좋아한다면 꾸따에서 꼭 한 번 들러 먹어봐야 한다. 마음껏 두리안을 즐기는 경험 괜찮다.
■ 위치
Marina Bali Seafood(Jl. Raya Kuta)
HOUSE OF DURIAN BALI(SUNSET SKY, Jl. Sunset Road, Kuta)
우붓: 전통과 낭만이 함께한 식사
Warung Pondok Madu
발리 전통 음식인 바비굴링(Babi Guling)를 먹으려 했는데 가게가 문을 닫아 근처에 있던 이곳 식당에 들어왔다. 예상외로 유명한 곳이었는지 관광객들로 꽉 차 있었다. 주문과 서빙 시스템도 척척 돌아가고 직원들도 친절했다.
폭립과 면요리 하나를 주문했다. 맛은 나쁘지 않았다. 폭립은 적당하게 간이 되어 있었다. 면 요리에 같이 넣어 먹는 삼발이 정말 맛있었다. 한국에 오기 전 삼발소스를 맵기 별로 구매했다. 하지만 바비굴링을 못 먹은 아쉬움이 커서 음식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다.
맛과 분위기 모두 나쁘지 않았다. 테이블 옆 벽에는 작은 도마뱀들이 몇 마리 붙어 있었는데 '아, 여기가 발리지' 싶었다. 참고로 도마뱀은 작아서 무섭지는 않고 귀여웠다.
Pizza Napoli Style
걷다가 우연히 들어간 곳. 최고의 선택. 그 이유는 피자 맛이 아니라 풍경이었다.
마침 일몰 시간이었는데 루프탑에서 붉게 물든 하늘을 배경으로 먹는 피자는 특별했다. 바다의 일몰과는 또 다른 감동이다. 게다가 일몰 되는 해 앞으로 보이는 나무 한 그루가 인상적이다.
이름은 나폴리 스타일인데 나폴리 스타일이 맞는지 모르겠다. 도우는 두툼했지만 부담스럽지 않았고 토핑도 신선했다. 하지만 일몰이 압도해 피자맛은 덤이었다. 사장님도 친절해서 더 완벽한 곳으로 기억에 남았다. 굳이 찾아갈 필요는 없지만 근처인데 일몰 시간이라면 나폴리식(?) 피자를 맛보자.
■ 위치
Warung Pondok Madu(Jalan Jatayu Tebesaya)
Pizza Napoli Style(Jl. Raya Pengosekan)
짱구에서는 햄버거 하나에도 행복했고 스미냑에서는 계획에 없던 대만 딤섬이 최고의 한 끼가 됐다. 꾸따에서는 랍스터 같은 새우(?)와 두리안이 주는 이색 경험을 했고 우붓에서는 폭립과 일몰 속 피자가 기억에 남았다. 음식보다 그곳이 가진 스토리나 환경이 더 중요할 수 있다. 특히 함께한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그 매력은 달라지는 듯하다. 그래서 어떤 식당은 맛이 평범해도 기억에 남고 어떤 곳은 풍경 하나로 모든 게 용서된다. 아쉽게도 발리에서 바비굴링은 먹지 못했다. 다음에 올 기회가 있다면(?) 그땐 제1순위로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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