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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i

발리에서 만난 세 가지 바다: 꾸따비치, 바투 볼롱 그리고 쿠부 비치

발리 하면 역시 바다다. 발리 자체가 섬. 하지만 같은 바다라도 해변마다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 해변 세 곳을 경험했다. 발리의 관문이라 불리는 꾸따 비치. 자유분방한 매력이 있는 바투 볼롱 비치. 프라이빗하고 압도적인 일몰을 선물한 쿠부 비치. 세 곳을 차례로 돌아보며 느낀 차이를 기록해 본다.

바다에는 노을, 바닷가에는 테이블과 조명, 선반에 칵테일 한 잔
바투 볼롱 비치 노을을 보며 카테일 한 잔

 


꾸따 해변: 화려한 번화가와 함께

꾸따 해변은 발리의 대표 해변 중 하나. 접근성 하나만큼은 최고다.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져 있어 도착 후 바로 들르거나 떠나기 전 있기 좋은 곳이다. 긴 백사장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마주한 풍경은 놀랍지는 않았다. '우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의 아름다움은 없었다. 

해변의 파라솔들 그리고 태닝을 하는 사람들
꾸따 비치의 태닝하는 사람들

 

 

바투 볼롱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뭔가 덜 다듬어진 느낌. 해변에는 태닝을 즐기는 여행객,. 파도를 타려는 초보 서퍼들이 보였다. 곳곳에는 서핑 강습이 한창이었다.

 

꾸따의 진짜 매력은 낮보다 밤에 드러난다. 해변 뒤로 이어지는 바에서 음악과 칵테일을 즐길 수 있기 때문. 해변 자체의 매력은 다소 평범했지만 '바다 + 나이트 라이프'라는 조합은 꾸따만의 강력한 무기였다. 바에서 라이브 공연을 보며 칵테일 한 잔 하는 매력. 여행 막바지의 밤 또다시 새롭다.

칵테일 두 잔. 에스프레소 마티니와 선 라이즈 칵테일
하드락 카페에서 칵테일과 공연

 

 

■ 꾸따 해변 구글 맵

 

바투 볼롱 비치:  낮과 밤이 서로 다른

꾸따와 비교했을 때 바투 볼롱 비치는 조금 더 정돈되고 감각적인 느낌이었다. 짱구(Canggu) 지역에 자리한 이 해변은 이름처럼 '구멍이 뚫린 바위'가 상징처럼 서 있다. 낮에는 햇살 아래 서퍼들이 파도를 타고 해변 곳곳에는 서핑 보드를 끌고 다니는 강습생들이 보인다.

 

진짜 매력은 해가 기울 무렵부터 시작된다. 바닷가에 늘어진 조명이 켜지고 해변에 자리한 Kama Bar 같은 바에서는 일몰을 배경으로 음악이 흐른다. 바다가 훤히 보이는 자리에 앉아 석양을 바라봤는데 붉게 물든 바다와 줄지어 들어오는 불빛이 그 자체로 공연 무대 같았다.

노을진 바다 그리고 조명이 켜지기 시작한 해변 바에 사람들
노을진 해변을 보고 있는 바 안 사람들

 

꾸따의 일몰이 다소 평범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아마 이곳 때문일 것이다. 해변에 작은 공연 팀이 나와 연주를 시작했다. 여행객들과 자유롭게 어울리는 모습이 새롭다. 낮에는 서핑, 저녁에는 공연, 밤에는 음악과 맥주가 있는 곳. 바투 볼롱은 자유와 여유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해변이었다.

보라색으로 변한 하늘.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해변이지만 조명으로 인해 밝다. 사람들이 걷거나 앉아 있다.
보라색 하늘로 변한 해변

 

 

■ 바투 볼롱 비치 구글 맵

 

 

쿠부 비치: 압도적인 일몰의 순간

가장 인상에 남는 곳은 바로바로 쿠부 비치. AYANA 리조트 전용 프라이빗 해변이라 접근부터 남달랐다. 리조트 셔틀을 타고 내려간 후 절벽에 설치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야만 도착할 수 있다. 내려가는 길에 원숭이들이 많아 조금 무서웠다. 하지만 해변에 닿는 순간 모든 불안은 사라졌다.

 

쿠부 비치는 번화가 해변과 달리 사람도 많지 않았다. 덕분에 눈앞 풍경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마침내 해가 수평선에 걸리더니 단 한 점의 구름에도 가려지지 않고 바닷속으로 천천히 사라졌다. 쿠부의 일몰은 해가 사라지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지켜볼 수 있었다.  발리에서 본 모든 바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단연 쿠부 비치.

태양이 수평선에 걸려있다. 해변에서 노을을 보는 사람들
수평선 끝에 걸린 노을

 

 

■ 쿠부 비치 구글 맵

 


세 해변 차이를 정리하면

⊙ 꾸따 비치: 접근성 최고. 서핑 초보와 나이트라이프를 즐기기 좋은 해변. 풍경 자체의 매력은 다소 평범하다.

⊙ 바투 볼롱 비치: 낮에는 서핑, 저녁에는 일몰과 공연. 감각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해변. 꾸따보다 조금 더 세련된 매력이 있다.

⊙ 쿠부 비치: 프라이빗한 공간, 그리고 압도적인 일몰. 발리의 해변 중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을  경험했다. 

 

바다 자체보다 그 바다를 둘러싼 분위기와 순간들이 기억을 좌우한다. 꾸따에서의 밤, 바투 볼롱에서의 음악, 쿠부에서의 일몰. 발리의 바다는 이렇게 저마다 다른 얼굴로 마음을 흔들었다.